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19. 갈등과 쟁점 찾기(책에서 문제의식 찾기)
20. 다른 관점으로 삐딱하게 바라보기
21. 엉뚱하게 생각해보기(역발상)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이야기>라는 책을 쓴 이영문 씨는 모내기를 하지 않고 그냥 볍씨를 논에 뿌리는 태평농법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가 쓴 책에는 청개구리에 관한 흥미로운 글이 나온다. 어느 날 이영문 씨는 늦가을이 되도록 개구리로 변신하지 않은 올챙이를 발견한다. 모든 올챙이들은 봄이면 개구리로 변신하는데, 그 올챙이는 봄 여름 가을을 다 보내고 겨울이 다 가도록 얼음장 밑에서 헤엄을 치며 지내더니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개구리가 되더라는 것이다. 이영문 씨는 그 뒤 청개구리에 대해 재미있는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청개구리는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시기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이었다. 다른 개구리들은 자연이 정해주는 날짜에 따라 한꺼번에 개구리가 되는데 청개구리만 제 맘 대로인 것이다. 또 청개구리는 가을이 되어도 좀처럼 보호색을 띠지 않는다고 한다. 천적의 눈에 띄지 않으려면 당연히 갈색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저 혼자 꿋꿋이 버티다가 날이 추워지면 비로소 색을 바꾼다. 그러니까 엄마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 이야기는 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 셈이다. 책을 읽을 때도 청개구리처럼 좀 삐딱한 반항아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에 반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홍길동을 의적이라고 하는데, ‘과연 홍길동은 백성을 사랑한 것일까?’ 하고 의심을 해 본다. 실제로 홍길동은 서자로 태어나 입신양명을 못 할 바엔 차라리 도적이라도 되어 세상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말을 한다. 또 자기가 나서서 임금에게 병조판서를 달라고 한 점이나, 벼슬을 한 다음에 특별히 정치를 잘했다는 내용이 없는 점으로 보아 과연 홍길동이 백성을 사랑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백성을 위한다는 이유를 들어 출세하고 싶은 욕망을 채웠을 수도 있다. 이처럼 반항아처럼 삐딱하게 읽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긴다. 이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남자 소변기를 ‘샘’(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술품으로 출품한 마르셀 뒤샹이 오늘날 고정관념을 깬 창조적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통상적인 관념에 시비를 걸고 남과 다르게 삐딱하게 바라볼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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