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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카메라 앵글의 이면을 보자

등록 2009-07-26 16:34수정 2009-07-26 16:55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난이도 수준-중2~고1]


39. 광고 읽기
40. 영화 읽기
41. 뮤직비디오와 대중가요 읽기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년·박종원 감독)에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감독이 일부러 삽입한 인물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팔푼이, 바보로 불리던 영팔이라는 아이인데, 영팔이는 겉으로는 바보 같지만 반 아이들 중 가장 옳은 소리를 하는 아이다. 감독은 왜 원작에 없는 인물을 영화 속에 넣었을까? 아마도 영팔이를 통해 소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진정한 영웅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보고 나면 원작보다 못하다, 원작의 맛을 못 살렸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는 각각 문자와 영상이라는 언어 특성을 가진 고유한 매체이므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영화적인 방법, 영화라는 매체 특성에 맞게 재해석한다. 따라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볼 때에는 소설보다 재미없다, 재미있다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내용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왜 그렇게 했을지, 같은 장면을 소설과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찾아가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영화는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는 예술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눈이자 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영화를 볼 때에는 카메라가 ‘프레임’이라는 사각의 틀에 무엇을 어떻게 담고, 카메라가 누구의 시선을 쫓는지 찾아야 한다. 흔히 카메라가 잡아내는 화면의 크기에 따라서 롱숏(Long Shot), 풀숏(Full Shot), 미디엄숏(Medium Shot), 클로즈업(Close Up) 네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어 롱숏은 인물이나 배경을 멀리서 보여주는 화면이기 때문에 인물의 상황이나 활동 범위를 설명해준다. 클로즈업은 인물의 감정이나 행동, 특정한 사물을 부각시켜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기 위한 카메라 기법이다. 카메라 앵글도 중요한 영상 표현의 하나인데, 로앵글(Low angle)은 낮은 위치에서 대상을 올려다보는 시점으로, 대상을 크고 강력하며 권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하이앵글(High angle)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어서 대상을 실제보다 작고 나약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영화를 이해하려면 카메라가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지 살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 할리우드 전쟁 영화의 경우 주로 미군의 시점에서 전투를 다루기 때문에 미군은 늘 구원군으로 묘사된다. 액션 영화에서도 카메라가 주인공을 영웅의 시점에서 다루다 보니 주인공이 하는 폭력이나 살인은 정당해 보이고 위대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시점은 곧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생각이고 주제이다. 화려한 영상과 배우의 연기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카메라가 보여주는 대로 영화를 이해하게 되어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인 관객이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주체적인 관객이 되려면 영화에 담긴 의미를 깊이 읽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화 제목이 암시하는 것을 추론해 보고, 영화 속에 나오는 사물들, 음악, 사건, 장소 등에 담긴 상징성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6년·멜 깁슨 감독·주연)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의 일생을 그린 영화인데, 영화 처음 부분에 주인공이 엉겅퀴꽃을 선물로 받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무심코 넘길 수 있지만 사실 엉겅퀴는 스코틀랜드 국화이다. 이렇듯 영화에 등장하는 새 한 마리, 의자 하나, 손수건까지 모두 연출자의 의도에 의해 카메라에 담겨서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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