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수-’ 발음법, 쓰임에 따라 달라져

등록 2009-08-09 15:54수정 2009-08-09 15:54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60. 우리 말글에 담긴 뜻
61. 문법 형태소의 생성과 변화
62. 사동 표현과 피동 표현

※ 다음 붉은색 부분의 발음이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① 나사에는 암나사와 수나사[수나사]가 있다.

② 얼마 전에 우리 집의 큰 개가 수캉아지[수캉아지]를 낳았다.

③ 숫쥐, 숫염소, 숫양[숟냥]은 접두사를 ‘숫-’으로 한다.


수캐[수캐]와 대립되는 말은 암캐이다.

⑤ 짐승들은 수놈[수놈]의 몸집이 암놈보다 큰 편이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7항에서는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수꿩, 수나사, 수놈’ 등과 같이 수컷을 이르는 표현을 접두사 ‘수-’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에서는 “다만 1. 다음 단어에서는 접두사 다음에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접두사 ‘암-’이 결합하는 경우에도 이에 준한다.”라고 하여, ‘수캉아지, 수캐’ 등을 예시하였다. 접두사 ‘수-’는 어원적으로 ‘수ㅎ’이라는 명사였다. 따라서 ‘수ㅎ+강아지, 수ㅎ+개’와 같은 말이 굳어져 ‘수캉아지, 수캐’가 된 것이다. 이처럼 명사에 다른 명사가 합쳐 이루어진 단어를 합성어라 부른다. 그러나 ‘수-’를 접두사로 규정할 경우는 파생어로 규정하는 셈이다.

‘수-’가 명사인가 아니면 접두사인가의 판단은 전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언어적인 직관이 판단할 문제이다. 문법을 기술하거나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언어적인 직관을 관찰하여, 다수의 언어 의식을 바탕으로 명사인지 접두사인지를 기술하게 된다. 문제는 접두사로 기술할 것인지 명사로 기술할 것인지에 따라 표기나 발음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를 접두사로 규정할 경우에는 ‘한글 맞춤법’ 제30항(합성어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만 사이시옷을 적는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을 적어서는 안 되며, 표준 발음도 ‘수놈[수놈], 수나사[수나사]’처럼 ‘ㄴ’을 첨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다만 1’처럼 ‘수ㅎ’의 ‘ㅎ’이 뒤의 명사와 합성되어 화석화된 경우(달리 말해 합성어가 형성된 지 오래된 어휘)는 그 어휘를 ‘수-’로 통일할 경우 현실 발음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에서도 ‘다만 1’을 둔 셈이다. 또한 “다만 2. 다음의 단어의 접두사는 ‘숫-’으로 한다.”라고 하여 ‘숫쥐, 숫양, 숫염소’를 예시하였다. 이 또한 ‘수ㅎ’이라는 명사가 접두사로 변화하였지만, ‘숫양, 숫염소’에서는 ‘ㄴ’첨가 현상이 뚜렷하므로 다른 형태의 접두사 ‘숫-’을 가정한 것이다. 이처럼 문법 형태소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규범을 정했다면, 그에 따른 표기 및 발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③은 표준 발음이 아니다.

※ 다음 중 맞춤법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신여성 ②역이용 ③열역학 ④남여 ⑤해외여행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한글 맞춤법 제10항의 ‘붙임 2’와 제11항의 ‘붙임 4’의 규정에서도 문법 형태소의 정도성 문제가 나타난다. 이 규정은 두음 법칙과 관련된 것인데,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소리로 나더라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라고 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신여성’의 ‘신’은 접두사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합성어를 이루는 어근으로 보아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규정에서도 유보적인 진술을 한 셈이다. 비슷한 예로 ‘땅고집’이 있다. ‘땅’을 접두사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합성어를 이루는 어근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과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④의 ‘남녀’는 제10항 ‘붙임 1’의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는다.”라고 하여, 단일어로 규정하고 있다.

규범을 정하는 것은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한다. 규범이 언어 현상을 모두 해결할 수 없으므로, 국어 정책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표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사회 구성원들은 “법은 최소한”이라는 명제와 마찬가지로 규범을 지키는 것은 국어생활의 최소한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국어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허재영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