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원장
[뉴스분석] 물러나는 김승규 원장 ‘부적절한 회견’
예정된 교체에 ‘간첩단 알력’ 음모설 부추겨
예정된 교체에 ‘간첩단 알력’ 음모설 부추겨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30일 아침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보기관의 수장인 김승규 원장이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내용은 더욱 이상했다.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인 후임자 인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할말이 없습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언론에서 김 원장 비판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래도 자신들의 원장이라며 감싸던 국정원 직원들은,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고서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국정원직원법 17조는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중 사건 “간첩단” 단정
국정원 안에서도 “할말이…”
조직안 갈등·침체 표면화 김 원장은 2005년 7월11일 고영구 원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국정원의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10월9일 핵실험도 예측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정원의 알력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이른바 ‘386 간첩단’ 사건 때문에 김승규 원장이 청와대의 미움을 받아 쫓겨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당국자들은 “김 원장 교체는 임기 후반 외교·안보 라인 개편의 일환으로 간첩 사건 이전부터 깊숙이 검토해왔다. 김 원장 자신도 최근까지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해 노 대통령이 고민 끝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도 취임한 지 1년3개월 남짓 된 김 원장의 퇴진과 ‘간첩 사건’은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사건은 수사국 실무자가 국장 지시를 받아 2~3년 동안 내사를 해야 하며, 심지어 차장도 보고만 받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정원의 최근 난맥에 대해, △김승규 원장의 독특한 스타일 △원장과 차장들의 알력 △영·호남 지역 갈등이라는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얼마 전부터 ‘10년 뒤에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직원들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대북·대미 관련 정보 수집에 치중해야 할 시기인데, 우리가 무슨 미래 예측 기관인 줄 아느냐”고 자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장들과의 알력도 실체가 있다. 김 원장은 김만복 1차장(올 4월 취임), 이상업 2차장(2004년 12월 취임)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김만복 차장은 기조실장 시절부터 국정원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김 원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호남 사람이고, 김 차장은 부산 사람이다. 김 원장이 원내에서 최준택 3차장(2004년 12월 취임)만 감싸고 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고영구 원장 시절 한직으로 밀어낸 호남 사람들을 김 원장이 ‘재배치’해 살려내는 바람에,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일련의 파동도 김 원장이 퇴진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인사 및 조직 관리 부실이 국정원을 망쳤다는 ‘포괄적인’ 비판도 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정원 안에서도 “할말이…”
조직안 갈등·침체 표면화 김 원장은 2005년 7월11일 고영구 원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국정원의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10월9일 핵실험도 예측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정원의 알력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이른바 ‘386 간첩단’ 사건 때문에 김승규 원장이 청와대의 미움을 받아 쫓겨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당국자들은 “김 원장 교체는 임기 후반 외교·안보 라인 개편의 일환으로 간첩 사건 이전부터 깊숙이 검토해왔다. 김 원장 자신도 최근까지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해 노 대통령이 고민 끝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도 취임한 지 1년3개월 남짓 된 김 원장의 퇴진과 ‘간첩 사건’은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사건은 수사국 실무자가 국장 지시를 받아 2~3년 동안 내사를 해야 하며, 심지어 차장도 보고만 받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정원의 최근 난맥에 대해, △김승규 원장의 독특한 스타일 △원장과 차장들의 알력 △영·호남 지역 갈등이라는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얼마 전부터 ‘10년 뒤에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직원들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대북·대미 관련 정보 수집에 치중해야 할 시기인데, 우리가 무슨 미래 예측 기관인 줄 아느냐”고 자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장들과의 알력도 실체가 있다. 김 원장은 김만복 1차장(올 4월 취임), 이상업 2차장(2004년 12월 취임)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김만복 차장은 기조실장 시절부터 국정원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김 원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호남 사람이고, 김 차장은 부산 사람이다. 김 원장이 원내에서 최준택 3차장(2004년 12월 취임)만 감싸고 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고영구 원장 시절 한직으로 밀어낸 호남 사람들을 김 원장이 ‘재배치’해 살려내는 바람에,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일련의 파동도 김 원장이 퇴진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인사 및 조직 관리 부실이 국정원을 망쳤다는 ‘포괄적인’ 비판도 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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