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법관 징계 부담…공직윤리위에 공 넘겨
‘입장정리’ 시간 주기위해 징계위 회부 안한듯
사상초유 ‘비위 관련 대법관 중도하차’ 가능성
‘입장정리’ 시간 주기위해 징계위 회부 안한듯
사상초유 ‘비위 관련 대법관 중도하차’ 가능성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16일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당장 신 대법관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현직 대법관이 임기 한 달 만에 중도에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신 대법관이 조사단의 결론을 접하고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만간 자진 사퇴 형식으로 거취 표명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조사 결과가 신 대법관의 행위에 대해 ‘부적절했다’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고, ‘재판 관여’이라는 분명한 용어를 사용해 신 대법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직권을 남용해 재판에 관여했다면 징계 사유는 물론 국회에서의 탄핵 사유까지 성립되기 때문이다.
조사단이 밝힌 세부적인 내용을 보더라도, 신 대법관의 선택지는 좁아 보인다. ‘전화를 걸어 피고인의 보석 여부에 대해 관여했다’는 점이 새로 드러나면서, 지금껏 신 대법관에게 우호적이었던 중견 판사들도 할말이 없게 됐다. ‘재판 관여’ 외에도 배당 등을 통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 역시 법원과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가치라는 점에서 신 대법관의 책임이 매우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 대법관의 책임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다시 부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껏 현직 대법관을 징계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현직 대법관에 대해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법원으로서는 부담이다. 결국 신 대법관이 ‘사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퇴 시점을 조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뤘고,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징계위원회’가 아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넘겼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신 대법관이 지난 9일 조사 중단을 요청했을 때, 결국 당일 자진사퇴를 고민하다가 대법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사결과 발표 시점과 자신의 거취 결정 시점을 맞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 인사 4명,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이번 사건을 부의하면, 회의소집과 의결 절차를 거쳐 징계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대법원장은 법관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07년 1월 대법원장의 안건 부의로 법조브로커 김흥수씨로부터 식사 등의 접대를 받은 현직 부장판사 4명의 안건을 심의·의결해, 이들에게 징계 대신 구두경고 또는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고 대법원에 권고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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