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던 50대 추락 숨져…교통사고 잇따라
4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내린 큰 눈으로 땅, 하늘, 바다의 길이 모두 끊어질 지경이었다. 이날 지붕 위에서 눈을 치우던 시민이 추락해 숨지는 등 ‘눈폭탄’ 때문에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수도권 고속도로는 워낙 많은 눈이 한꺼번에 내리는 바람에 차량 흐름이 원활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부터 일부 구간이 뚫렸으나 정체 현상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가장 정체가 심했던 곳은 경인고속도로로, 서울~인천 양방향 모두 전 구간에서 하루종일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서인천 나들목부터 가좌 나들목까지 양방향의 평균 시속은 10㎞ 안팎에 그쳤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진입 구간도 최악의 교통 상황을 보였다. 특히 하행선 양재~달래내 고개는 시속 4㎞, 상행선 오산~기흥 구간은 시속 8㎞에 그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하늘길과 뱃길도 힘들었다. 이날 저녁 7시 현재, 237편이 결항되는 등(도착 118편, 출발 119편) 9년 만에 김포공항의 운행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인천국제공항도 이 시각까지 225편이 지연(도착 65편, 출발 160편)되고, 32편이 결항(도착 14편, 출발 18편)됐다. 여객선의 경우, 인천과 서해안 섬 등을 오가는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 등 45개 항로 61척의 연안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인천·경기지방청에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순찰차와 제설차 등 장비 3900여대를 동원해 교통 관리에 나섰다.
각종 사고도 꼬리를 물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배드민턴장에서 회원 육아무개(54)씨가 7m 높이의 지붕에서 쌓인 눈을 치우다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오전 11시45분께 경남 진주시 금곡면 통영~대전 고속도로 하행선 연화산 나들목 인근에서 5t 화물차와 쏘나타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추돌해 멈춰 있는 것을 뒤에서 달리던 박아무개(41)씨의 에스엠(SM)5 승용차가 들이받아 박씨의 부인 오아무개(36)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오전 8시40분께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북동리 앞 도로에서 덤프 트럭과 승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정면 충돌해 승합차에 타고 있던 최아무개(25)씨가 숨졌다.
김연기 김경욱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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