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소들 광우병 가능성…‘없다고 단정 못해’
아레사 어머니 vCJD 발언…‘허위사실 아니다’
한국인 유전적 광우병 취약…‘객관적 사실 일치’
아레사 어머니 vCJD 발언…‘허위사실 아니다’
한국인 유전적 광우병 취약…‘객관적 사실 일치’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은 허위·왜곡보도라며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모두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며 보도의 객관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세부 내용 중에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의도적인 왜곡이나 허위가 아닌 이상 보도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따라서 피디수첩이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이 ‘의도적인 번역과 악의적 왜곡’이라며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사례들을 합리적인 사실에 근거한 비판 보도로 인정했다. 검찰이 “대표적인 왜곡 사례”로 들었던 ‘주저앉는 소’(다우너소) 동영상에 대해 법원은 “△광우병소는 주저앉는 것 외에 다른 특이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1997년의 사료금지조치만으로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미국 스스로 인정했으며 △미국의 낮은 광우병 검사비율 때문에 1997년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동영상 속의 다우너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피디수첩이 ‘미국인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던 내용의 의도적 왜곡 번역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방송 당시까진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방송 이후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고 해서 보도내용을 허위라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아레사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이 인터뷰에서 ‘아레사가 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를 피디수첩은 ‘vCJD(인간광우병)’로 바뀌 보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로빈 빈슨이 말한 ‘a variant of CJD’, ‘CJD, the varient’ 등이 미농무부 관보, 미질병통제신터 자료에 따르면 vCJD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고,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의 소장에도 ‘아레사 빈슨이 엠알아이 촬영 뒤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고 기재돼 있다”며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법원은 또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자막처리함으로써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단정했다”는 검찰 주장도 “프리랜서 번역가들의 번역본이 감수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수정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보도는 “‘광우병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변종 환자의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논문이 2004년 발표되었고, 그런 연구 결과가 별다른 비판 없이 받아들여졌다”며 “과장되거나 잘못된 표현이 있지만 내용 전체의 취지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된다”고 판단했다. “‘특정위험물질(SRM) 7가지 중 5가지가 수입된다’고 허위보도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종전 분류기준에 따른 것으로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원은 “정부가 쇠고기 수입협상 체결 전에 독자적인 위험분석 절차를 거쳤지만, 그 이후 미국 도축시스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쇠고기 리콜사태가 있었으며,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정책의 문제점이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었다”며 “그 같은 상황에서 젊은 여성(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 협상단의 실태 파악 소홀을 지적할 수 있다”며 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나아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등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비판했으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심을 가질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이상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피디수첩의 보도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라고 설명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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