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 불참확인서 거부한
경기여성연대 보조금 취소 위법”
경기여성연대 보조금 취소 위법”
2008년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단체에 대해 정부가 불법시위 불참 약속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력사업자 선정을 취소한 조처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국 여성의 전화’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취소한 판결과 맥락이 같은 것으로, 정부가 촛불집회 참가 시민단체에 대해 보이고 있는 ‘괘씸죄’ 정책의 부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2월 경기여성연대를 여성부 공동협력사업 단체로 선정하고 14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그해 3월 경찰청과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불법폭력시위 주최·주도 단체에는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며 ‘불법시위 불참 확인서’를 내라고 통지했다. 경기여성연대가 확인서 제출을 거부하자,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6월 지원단체 선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오석준)는 25일 “행정처분을 한 뒤 조건을 붙이는 것은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통보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여성가족부가 협력사업 단체를 선정할 때 이같은 요구를 하지 않다가 사후에 조건을 붙인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을 철회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적 필요성이 있을 때만 인정되는 것”이라며 “2008년 촛불집회 참석 여부와 2009년 협력사업 시행 역량 사이에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경기여성연대가 대책회의에 참여한 약 1800여개 단체 가운데 하나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불법시위를 주최하거나 주도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해 12월에도 ‘불법집회 불참 확인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한국 여성의 전화’가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부가 보조금 지급 목적과 무관하게 불법시위 단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경찰청이 작성한 명단만을 근거로 한국 여성의 전화를 불법시위 단체로 간주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2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이름을 올린 정당과 시민단체 1842곳을 한꺼번에 불법시위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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