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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월20일] “하루 12시간 근무에 점심시간은 고작 5분”

등록 2013-06-19 20:48수정 2013-06-21 16:52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톡톡하니] 당신의 점심은 안녕하십니까
“1시간 점심은 그림의 떡”…법이 보장한 휴게시간을 허하라

“점심밥은 잘 먹고 다니시나요?”

<한겨레>가 17일치 신문부터 ‘당신의 점심 안녕하십니까’ 기획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4회에 걸쳐 직장인의 점심식사를 ‘기본적 인권’의 차원에서 점검하려 합니다.

직장인들이 퇴근시간 다음으로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이 점심시간이지요. 상사 눈치 보느라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쪽잠이라도 자보려 하지만 눈치 보여 화장실만 기웃거리신다고요? 아예 일에 쫓겨 점심시간을 못 챙기는 경우도 많다고요? <한겨레>가 직장인 여러분의 점심시간 권리 찾기에 나섭니다.

이를 위해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받으려 합니다. △점심시간에 대한 불만 △점심과 관련해 바라는 점 △현재 몸담고 계신 직장의 점심 메뉴와 식비 등 점심과 관련한 어떤 의견이든 이 기사의 댓글에 남겨주세요. 주신 의견들을 기획기사 ‘④ 점심이 있는 삶을 위하여’에 반영하겠습니다.

‘한겨레’ 기사에 공감 사연들 쏟아져
요리사·미용사·폐기물 수거기사 등
다양한 직군 점심시간 5~10분 남짓

휴게시간 어길 땐 2년 이하 징역 등
처벌사례 드물어…“근로 감독해야”

“30분이라도 걱정없이 마음놓고 식사하는 게 소원입니다.”

한 시골마을 우체국장인 이진한(가명·50)씨와 직원 2명은 교대로 한명씩 점심을 먹는다. 반찬은 각자 도시락으로 챙겨오고 밥만 전기밥솥으로 해먹는다. 휴게실이 따로 없어 같은 사무실에서 한명이 밥 먹는 동안 나머지 두명은 일하는 식이다. 냄새를 풍길까 눈치보며 10분 만에 점심을 해치우는 일은 고역에 가깝다고 한다. ‘상급기관’에서 지키라고 한 1시간 점심시간은 그림의 떡이다. 이씨는 “나랑 이렇게 똑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다. 20년 이상을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마음 편히 1시간 점심시간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겨레>에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이씨를 비롯해 많은 독자들이 ‘당신의 점심 안녕하십니까’ 기획 기사를 보고 한겨레 누리집과 모바일 ‘톡톡하니’, 전자우편,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사연과 의견을 전해왔다.

점심시간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상사를 비꼬는 이들이 많았다. 한 독자(아이디 Ikh0127)는 ‘톡톡하니’에 ‘점심시간에 피하고 싶은 상사 3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점심먹고 바로 보고서 가져오라는 상사,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휴대전화로 업무 이야기하는 상사, 웃으면서 같이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짜증내는 상사.”

대다수는 ‘불편한 점심시간’에 공감했다. 포털사이트의 한 누리꾼(아이디 ferr****)은 “비정규직 아웃소싱업체라 밥먹을 때도 정직원들 틈사이에 껴서 눈치 보면서 밥을 먹는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차라리 국밥 한 그릇 먹는 게 더 편하다. 조금이라도 늦게 먹으면 눈치 주고,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데…”라고 썼다. 또다른 누리꾼(아이디 jiji****)은 “밥 먹을 때 개는 안 건드려도 상사와 업무는 건드립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점심먹을 시간이 없다”는 다양한 직군의 하소연들이 넘쳐났다.

“5년째 4대 보험이 안되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여자요리사다. 하루 12시간 근무하지만 점심시간은 고작 5분. 30분 정도만이라도 문닫고 편안히 밥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네요.”(아이디 sllv****)

“손님 많으면 점심 4~6시 사이에 먹고 바쁘면 5분 만에 마시는 경우도 많고요. 미용사들끼리는 ‘마셨다’라는 표현이 익숙해요.”(아이디 dmsp****)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근무하는 남자입니다. 바쁜 날엔 아침 8시 출근해서 오후 5~6시 사이에 음식 만들면서 김밥 한 줄 먹는 게 끝이네요. 마치면 10~11시. 짐승인지 사람인지.”(아이디 dbsw****)

“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중인데 매장전화 착신 걸어놓고 나가면 밥 먹는 도중 어김없이 전화가 오고, 무슨 통신사가 문닫고 밥을 먹느냐 언제 오느냐 얼마나 더 기다리냐….”(아이디 6769****)

“의료폐기물 수거기사입니다. 새벽 3시 출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오후 3~4시 정도입니다. 점심 먹기 힘듭니다. 항상 속이 쓰리죠.”(아이디 sjoj****)

저임금 문제만 해결돼도 열악한 점심시간은 견딜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이디 hib1****는 “돈만 많이 주면 저녁도 굶고 일하겠다! 마누라랑 애들 점심 저녁 맛있게 먹고 있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게 가장이다”라고 적었다. 아이디 탑세기는 “법이 잘 지켜지는지 노동부에서 점검만 해도 우리나라 일할 맛 날 거다”라며 휴게시간 준수 여부에 대한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점심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풍토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영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법정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처벌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처벌을 강화하고, 부득이하게 점심시간에 근무했으면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휴게와 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잔업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휴게시간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사업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


“점심시간 유급화하자”-“통상임금 떨어뜨릴 우려”

휴게시간 보장 위한 논쟁
직장인 50% “무급인지 몰랐다”
유급화론 “노동시간 단축 가능”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이 넘으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54조 1항에 규정된 사용자의 의무다. 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이용하는 다수 직장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직장인 점심 실태조사를 보면, 점심시간이 무급 휴게시간인 것을 모르는 직장인이 50.3%나 된다. 아울러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근로기준법 44조 2항은 밝히고 있다.

이처럼 자유로워야 할 점심시간을 업무상 이유 등으로 간섭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점심시간을 아예 ‘유급’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점심시간인 휴게시간을 유급화해서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자는 것이다. 민우회 여성노동팀의 이소희 활동가는 “1시간 휴게시간을 유급으로 하면 노동에 꼭 필요한 재생산시간으로 인정받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우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유급화하면 기대되는 효과 1위로 ‘점심시간을 충전의 시간으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 형성’(30%)을 꼽았다. ‘퇴근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다’(29.6%)는 대답이 다음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점심시간을 유급화하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김창연 연구원은 “지금은 8시간 노동제라고 해도 무급인 점심시간을 합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9시간인데, 점심시간 1시간을 유급화하면 실제 근로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임금 삭감 없이 손쉽게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반면 점심시간 유급화는 통상임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다. 송영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점심시간을 유급화하면 영세사업장의 경우 점심시간을 포함해 9시간을 근무하되 추가된 1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전체 급여 수준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결국 시간당 통상임금이 낮아져 버린다. 노동조합이 없거나 대항하는 힘이 약한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게 두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근본적으로 저임금 문제 해결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8시간 근무에 1시간 점심시간 유급화는 정규직에 맞춰진 주장이다. 파트타임직은 휴게시간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군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 전반적인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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