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 뒤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행진한 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년 전에 박종철, 이한열 이런 친구들이 목숨 바쳐 싸워서 독재정치 끝내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 거잖아. 나도 다음 세대한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 물려주려면 추운 게 대수야? 아무리 추워도 나와야지.”
김진(56)씨는 직장인이었던 30년 전인 1987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다보니 거리에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2017년 김씨는 촛불을 들고 매주 거리에 나온다. 체감온도 영하 13도에 이르는 한파에도 그는 촛불을 끄지 않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12차 ‘즉각 퇴진, 조기 탄핵,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는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를 기록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3만명(주최 쪽 추산)에 이르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오늘 하루쯤은 편히 집에서 따뜻한 주말을 보내도 될 법건만, 또다시 거리로 나온 이들은 절박했다.
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최우석(49)씨는 “오늘 날이 추워서 나올 생각도 못 하고 집에서 방송을 보고 있다가, 집회에 나간 친구 카톡을 보고 뭐에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가족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일어나 광화문광장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안상원(48)씨는 “날이 추우니까, 사람들이 조금 나올까봐 일부러 더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런 열성 덕분에 박종철 열사 30주기를 맞아 치러진 12차 촛불집회도 열기를 더할 수 있었다. 이날은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던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당시 22살) 열사가 숨진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함세웅 신부는 무대에 올라 “30년 전 국가폭력으로 숨져간 박종철 군과 같은 해 숨진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30년 뒤 오늘 광장 시민혁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주권자 시민이 주체가 돼 나라를 바꾸라는 것이 박종철과 이한열의 명령”이라고 호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정연순 회장은 30년의 시차를 두고 반복되는 공작정치를 비판했다. 정 회장은 “공작정치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우리 사회를 좀먹는다”며 “박종철을 죽인 공작정치를 끝장내려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나온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무대에는 삼성전자 엘시디(LCD)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에 걸린 피해자 가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피해를 본 중소상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조합원,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갑을오토텍 노동자의 가족 등이 올라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을 규탄했다.
본집회가 끝난 뒤 저녁 7시께부터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대기업 본사가 있는 도심 등 4개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종로1가 에스케이(SK) 본사와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는 도중 “재벌총수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나팔을 불고 야유했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인 뒤 저녁 8시30분께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한편, 친박(친박근혜) 단체들이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에서 탄핵심판 기각과 특별검사팀 해체 등을 요구하는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군가 ‘멸공의 횃불’, ‘전선을 간다’와 애국가 등을 따라 부르며 “탄핵 기각”을 외쳤다. 이 집회에는 정미홍 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참가해 “야당 단독으로 추천한 특검의 수사가 공정할 수 있느냐”며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주최 쪽인 탄기국은 집회 참가 인원이 12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동안 계속된 집회 인원 추산 논란에 따라, 자체적으로 집계한 집회 인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허승 박수진 기자
raison@hani.co.kr
기온이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를 기록한 14일 저녁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시국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중무장을 한 채 촛불을 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4일 오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종철 사망 30주기를 맞아 마련된 추모 현수막 등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4일 오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 뒤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행진한 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