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함에 따라, 5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시작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592억원의 뇌물 관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검찰은 또 이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불구속기소를 강행해 ‘면죄부 기소’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9월29일부터 201일 동안 이어졌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이날 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 운동 시작과 함께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박 전 대통령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은 18개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청구 당시와 큰 틀에서 비슷하다.
다만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액수는 기존 433억원에서 592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케이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이 포함됐다. 또 검찰은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았지만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에게 케이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하라고 요구한 89억원도 면세점 사업 재선정 등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제3자 뇌물 요구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에스케이의 경우 실제로 돈이 건네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최 회장은 불기소 처분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만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롯데와 에스케이에 추가 출연을 요구한 혐의로 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등을 적용해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특별감찰관법위반, 직무유기,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닷새 만에 보강수사 없이 그대로 재판에 넘긴 셈이다. 지난 12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영장심사 단계에서조차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유죄를 입증받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뇌부 등 제 식구를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면죄부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사 31명 등 15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재구성해 박 전 대통령을 여섯차례 조사하고, 청와대 특별감찰반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 30여개 계좌추적, 110여명 관련자 조사 등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