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탁현민의 말달리자
우리는 대부분 상대의 외모에 혹한다. 외모만 훌륭하다면, 그 남자의 성격이나 그 여자의 심성 같은 건 상당 부분 용서해 준다.(용서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외모와 그럭저럭 괜찮은 내면을 갖추었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아니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시작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그런저런 자태에 그저그런 심성을 갖춘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말까지 그냥 그렇다면 그나 그녀가 괜찮은 상대를 만나기란 0%쯤 되시겠다. 오늘 우리가 사는 20:80의 시대에서는 외모 출중, 심성 탁월, 언변 화려한 상위 20%의 사람들이 나머지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모와 심성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라도 꼭 학습하시고 말에 대한 부분은 이제부터 잘 듣고 실천하길 바란다.
소개팅, 미팅에서는 무엇보다 침묵이 독이다. 가뜩이나 어색하고 편치 않은 자리에서 대화마저 듬성듬성하면 당장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이 없다고 판단하기 쉽다.(그래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을 닫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의사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자리가 끝날 때까지는 발단→전개→전개→또 전개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계속해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디테일을 갖출 필요는 없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다소간 격조 없더라도 많은 말을 주고받는 편이 낫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달변인 사람도 끝없이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국 첫 만남에서 하기 마련인 모든 말들이 다 나왔다 싶을 때 꺼내는 마지막 히든카드는 □ 이다.
*네모칸에 들어갈 말을 takart@hanyang.ac.kr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다음주에 소개할 예정이며 후사하겠습니다. 인터렉티브칼럼을 시도하며.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