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는 생필품인가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생활필수품〔명사〕일상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할 물품이라고 국립국어원은 정의한다. 지난달 이명박 정부는 서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생활필수 품목 52가지를 발표하고 ‘특별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맥주는 빠지고 소주가 들어간 점이 눈에 띈다. 맥주보다 소주가 서민의 술에 가깝다는 무의식(?)이 드러난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에도 “술이 생필품이냐”“맥주는 사치품이냐”는 지적이 자꾸 나온다.
⊙ 활용 → ‘맥주는 생필품이 아니지만, 세율은 72%로 같다.’ 주세법 22조를 보면, 맥주와 증류주의 세율이 똑같이 ‘100분의 72’이다. 탁주는 ‘100분의 5’이고 약주·과실주는 ‘100분의 30’이다. 우리나라의 주세는 술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가세’다. 값비싼 술일수록 세금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맥주는 몇 년 전까지 소주보다 사치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맥주 대중화에 힘입어, 맥주 세율은 2000년 초 130%에서 100%로, 다시 72%로 계속 낮아졌다.
반면 소주의 세율은 70년대 중반부터 30년 가까이 30%대였다. 2000년에 와서 35%에서 72%로 높아졌다. 두산 홍보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시장개방 뒤 유럽연합이 소주에 비해 위스키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압력을 넣은 탓이 컸다. 아무튼 오늘날 맥주와 소주의 세율은 똑같다. 적어도 세율로만 본다면, 소주만 서민의 술이라고 보는 건 부당하다.
논리야 어떻든, 주당이라면 소줏값을 관리하겠다는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게다. 그러나 실효성도 문제다. 한 소주업체는 “올해야 주정 인상 요인이 없어 시책에 따르겠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회가 술을 권하는데 소줏값을 잡는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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