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석국.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즉석국〔명사〕 라면처럼 끓는 물에 넣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가공식품. 북엇국·미역국·육개장 등 대중적인 국은 물론, 사골우거짓국 같은 고난도의 국도 즉석국 제품으로 개발됐다. 면을 익히는 시간조차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라면보다 더 간편하다. 수많은 자취생의 벗이다.
⊙ 활용 → ‘즉석국은 우주식 개발에서 유래한다.’ 즉석국은 냉동건조 공법으로 제작된다. 이 공법은 2차대전 중에 미국 등이 전투식량을 개발하면서 연구가 시작됐고,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우주개발 때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냉동건조라는 말 그대로, 음식을 꽁꽁 얼린 뒤 건조한다.
초창기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식 개발을 위한 ‘실험용 쥐’ 역할도 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존 글렌이 그랬다. 과학자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음식이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식도에서 막힐까 궁금해했다. 다행히 존 글렌이 식도가 막혀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63년 머큐리호가 발사될 땐 반액체 상태로 튜브에 담긴 음식과 냉동건조 음식이 주어졌다. 그러나 포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냉동건조 식품들은 종종 빵 부스러기가 돼 버렸고, 무엇보다 우주인들은 맛없는 튜브 음식에 입맛을 잃기 일쑤였다. 66년 제미니호가 발사되면서 우주식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빵과 수프 등 몇 가지에 불과했던 우주식 식단은 새우 칵테일·닭고기·버터푸딩·사과주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런 발전에도 제미니호 승무원 존 영은 우주선에 몰래 옥수수 쇠고기 샌드위치를 가져가 먹는 사고를 쳤다. 옥수수와 빵가루는 우주 비행 기간 내내 우주선을 떠돌아다녔다. 지난 8일 우주로 떠난 이소연씨는 쌀밥·고추장·된장국 등 열 가지 한국식 우주식을 들고 간다. 우주에서 ‘밥심’ 내시기를!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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