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게 들어가면 맥주가 밍밍~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맥아〔명사〕겉보리에 수분·온도·산소를 작용시켜 발아시킨 보리의 낟알. 맥주보리의 녹말 함량은 높을수록 좋고 단백질은 가급적 낮아야 하는데, 그 한도는 10% 정도이며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맥주의 품질이 떨어진다.
⊙ 예문 : 맥주는 맥아로만 만들지 않는다. 국내의 한 맥주업체는 자사의 한 제품에 대해 ‘100% 보리맥주’라고 광고했다. 얼핏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두 번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식당에서 ‘이 쌀밥은 쌀로 만들었습니다’라고 광고하거나 ‘이 배추김치는 배추로 만들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셈이다. 이 광고 문안을 뒤집어 해석하면, 국내의 맥주 가운데 상당수가 100% 보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맥주 제조업체 직원은 “맥주는 순수한 맥아의 함량에 따라 맛이 다르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순수 맥아 함량이 100~80%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럼 맥아 대신 뭘 넣는 것일까?
맥주제조업체는 맥아를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된 맥아를 구입해 맥주를 양조한다. 국내 맥주업체의 경우 외국산 맥아와 국내산 맥아를 쓰는 비율이 각각 절반쯤 된다. 국내산 맥아만으로는 수요를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맥주제조업체는 양조단가를 낮추려고 순수한 맥아와 함께 옥수수 전분 등 맥아보다 저렴한 곡물을 섞는다. 순수한 맥아의 함량이 적고 다른 곡물이 들어갈수록 맥주의 풍미가 떨어진다. 마치 김빠진 맥주를 마신 듯한 맛. 보통 술꾼들이 “밍밍하다”고 표현하는 맛이다. 전문용어로는 “바디감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한 직장 선배는 “그래서(맛이 밍밍해서)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신다”며 자신의 과도한 폭탄주 음주 습관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하기도 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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