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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요정 김연아, 이젠 ‘벤쿠버 영광’ 꿈꾼다

등록 2006-03-10 18:41수정 2006-03-10 22:59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10일(한국시각)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류블랴나/AP 연합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10일(한국시각)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류블랴나/AP 연합
세계 Jr피겨 제패한 김연아
푸른 하늘을 나는 학처럼 가볍게 허공을 가른다. 봄을 재촉하는 수줍은 나비처럼 사뿐거리다가, 어느새 열정적인 붉은 장미가 돼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의 환상적인 몸놀림에 세계가 빠져버렸다.

‘피겨 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1) 선수가 10일(한국시각)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여자 싱글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에 오르기까지는 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인내와 사랑으로 그를 키워낸 어머니 박미희(48)씨의 눈물이 있었다.

7살 때 고모가 버린 스케이트를 우연히 신어본 게 피겨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피겨스케이팅 팬이던 어머니 박씨는 연아의 손을 잡고 얼음판을 찾았다. 연아를 지켜본 코치들은 “유난히 팔다리가 길고 재능이 있다”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점찍었다. 신이 난 연아도 스케이팅에 흠뻑 빠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는 중·고생 언니들을 제치고 빙판 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7살때부터 ‘될성부른 떡잎’
고된 훈련·부상 딛고 정상에
9월 성인 무대 그랑프리 도전

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훈련은 더욱 고됐다. 연아의 짜증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엄마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박씨는 “딸과 말도 못하게 싸웠다”고 말한다. 박씨도 지쳤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친 뒤 운동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마지막 대회로 여기고 나간 겨울체전에서 3회전(트리플)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연아는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연아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이번엔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중학교에 올라가 2년 동안 고질적인 오른쪽 인대 부상에 시달린 것이다. 점프 훈련을 하면 할수록 인대는 자꾸 늘어났다. 박씨는 찢어지는 마음으로 아프다고 울부짖는 딸을 얼음판 위에 다시 세웠다. 박씨는 “그때 심경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처가 아물고 굳은살이 박이듯 연아의 실력도 탄탄해졌다.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더니, 2004년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부터 8개 대회 연속으로 나가 우승과 준우승을 따냈다. 영광이 찾아올 때마다 훈련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6분20초(쇼트프로그램 2분50초, 프리스케이팅 3분30초)를 위해 김연아는 하루 10시간 넘게 땀을 흘렸다. 낮에는 태릉선수촌에서, 밤에는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에서 얼음판을 지쳤다. 하루 두차례 복근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아침 8시부터 새벽 2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오직 훈련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두 달 차이로 나이 제한에 걸려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신 주니어로서 마지막 무대인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가 또 늘어났다. 절망적이었다. 출국 전까지 훈련보다는 물리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김세열 코치는 연아에게 “새 기술을 시도하지 말고 안정감 있게 연기하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니어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 김연아는 9월 시니어 첫 무대인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한다. 시니어 선수들과 맞서려면 3회전 반(트리플 엑셀)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거칠 것이 없다. 이상적인 체격조건(161㎝, 43㎏)과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3회전 반은 물론 4회전(쿼드러플)에도 도전할 참이다. 20살 아가씨가 될 2010년 겨울올림픽 때 ‘밴쿠버의 영광’을 꿈꾸면서.

군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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