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된 힘으로’ ‘마음도 발걸음도 함께’ ‘난관을 뚫고 앞으로’ ‘우리 힘 한데 모아’.구호와 같은 제목은 지난 10월7일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서 열린 제55회 체육대회의 경기 제목이다. 이어달리기·줄다리기·기마전 등 언뜻 생각하면 우리의 운동회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경기가 치러진다. 하지만 조선학교 운동회는 단순한 학교 운동회를 넘어 지역의 재일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운동회다.‘동포 찾아 모이자’(사람 찾는 경기), ‘떨치자! 새 세대의 용맹을!’(기마전), ‘힘있는 동포 사회를!’(이어달리기) 등의 경기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학교 운동회는 집단의 단결성이 강조된다. 이날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인근 지역의 재일동포들까지 참여하는, 그야말로 재일조선인의 작은 축제날이다.오후에는 60년을 이어온 조선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집단체조가 공연되었다. ‘이어가자 우리 민족교육’이라는 제목의 집단체조는 전교생이 참여했다. 집단체조의 하이라이트는 전교생이 하나가 되어 통일기를 펼쳐 보이는 것. 통일을 염원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거대한 인원의 줄다리기가 행해지고, 학생들의 농악 공연이 펼쳐지면 이제 운동회에 참석한 모든 참가자는 운동장에서 흥겨운 춤판을 벌인다.오사카부는 1947년부터 지급하던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2010년에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는 일본 정부의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 채 2년을 넘기고 있다.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차별적 조처는 학생들의 웃음을 빼앗았다. 이날 운동회는 험난한 역경을 견디며 일본 정부의 차별을 이겨온 조선학교 학생과 동포들이 펼치는 단결의 장이었다.오사카(일본)=안해룡 사진가 asiapress@naver.com
경남 양산엔 주문자가 프레임의 설계부터 용접, 도색까지 직접 배워 자기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는 자전거 수제 공방인 ‘영사이클’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유영순(68) 대표는 1964년 삼천리자전거에 입사해 1997년 명예퇴직한 뒤 이 공방을 열었다. 지금까지 거의 50여 년을 자전거만 만들어온 셈인데, 2003년에는 43년간 쌓아둔 프레임 제작 기술로 커스텀 바이크 카약(kayak)을 개발해 특허청 등록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으로 전국에 자전거도로가 깔리고 자전거 생산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단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체 제작되는 자전거는 없어지고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고가의 수입 자전거만 늘어나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혜택은 적다고 한다. 그는 이 공방이 이탈리아나 일본의 자전거 공방처럼 오랜 역사와 명성을 갖게 돼 수제 자전거의 대중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자전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양산=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유네스코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빛나는 제주도. 생태·경관이 그만큼 아름답고 특이하면서 잘 보전돼 있다는 뜻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3관왕’의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9월7일 오전 제주공항을 출발해 우도와 성산일출봉 등 제주도 동부 해안 일부와 한라산 주변을 제주경찰항공대 헬기(BELL 212·11인승·이석주 기장)를 타고 1시간10분간 둘러봤다.“제주도 하늘에서 사진 찍는 거, 복불복이죠. 기상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니까요.” 제주경찰항공대 오대섭 대장의 말처럼, 헬기로 이동하는 동안 상황은 수시로 변했다. 눈부신 햇살 속에 초록빛 오름들과 쪽빛 바다 풍경이 잠시 펼쳐지다가도, 순식간에 구름에 덮이거나 뿌연 연무에 가려 제빛을 잃었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구름 속에 숨어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구름과 연무 사이로 본 것이긴 하나 ‘3관왕’의 면모는 수려하고 다채로웠다. 눈에 들어온 일부 경관을 카메라에 담았다.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촬영협조 제주경찰항공대, 제주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