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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계 장악 ‘석유정치’는 시한부 한국, 탈석유화 미래 준비해야

등록 2008-02-22 19:12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

지난해 우리 집에서 소비한 전력량은 4천킬로와트시(kWh)였다. 하루 11킬로와트시꼴이다. 또 난방·취사용으로 1500세제곱미터(㎥)의 도시가스를 썼고, 1800리터의 엘피지가 자동차에 들어갔다. 열량으로 환산하면 전력이 340만, 도시가스가 1600만, 엘피지가 2150만 칼로리(kcal)쯤 된다. 모두 4090만 칼로리다. 보통 성인 한명이 하루에 2500칼로리씩, 연 91만 칼로리를 소모하므로 모두 45명분의 에너지를 쓴 셈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인 1970년에 여섯 식구가 매달 쓴 전력량은 30킬로와트시를 넘지 않았다. 연 30만 칼로리다. 여기에다 매일 연탄 두 장씩 썼다고 보면 그 열량은 연 1210만 칼로리가 된다. 합치면 1240만 칼로리로, 한 사람이 쓴 에너지는 지금의 7분의 1 정도다. 그만큼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바로 그게 문제다. 에너지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게 됐으니 말이다.

〈20세기 세계사의 진실〉(도서출판 길 펴냄)의 본래 제목은 ‘앵글로-아메리칸 석유 정치와 신세계질서’다. 책 제목처럼, 석유에 대한 지배를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바꿔나가는 미국과 영국의 모습을 샅샅이 그린다. 그럼으로써 석유 위에 구축된 현대 문명의 취약성과 국제 정치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 패권국은 석유 지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20세기 이후 패권국에 의한 신세계질서 구축 노력은 세 차례 있었다. 1차대전 및 그 이후, 2차대전 이후, 냉전 종식 이후가 그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석유 지배는 신세계질서 구축의 주된 동기이자 그 결과이기도 하다.

둘째, 석유 지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라는 국제 정치를 주도하지 못한다. 일본과 독일이 아무리 경제규모가 커지더라도 국제 정치에서는 2류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의 하나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정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곧 산유량이 정점에 이르면 석유 생산 단가가 오르기 시작해 석유 정치는 급격하게 요동칠 것이다. 상당한 혼란을 겪은 뒤의 새로운 세계질서는 석유 아닌 다른 것을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펴낸 〈에너지·자원 주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 석유 소비는 세계 7위다. 인구가 우리의 4배쯤 되는 브라질과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우리보다 석유를 적게 쓴다. 에너지 수입에 들어가는 돈이 연 900억 달러에 이르고,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접근하고 있다. 1차에너지 소비의 45% 가량을 차지하는 석유 탓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한다. 석유 정치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적 약자다. 석유 부족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책임지고 우리를 도와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더 중요한 건 탈석유 쪽으로 방향을 분명히 잡는 일이다. 탈석유 시대로 나아가는 데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현실이 거꾸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독일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그쪽을 지향해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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