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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명박 정부의 통일안보 행보
북 따돌리고 대국들과 편먹기

등록 2008-02-29 17:45수정 2008-02-29 19:13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

<창작과 비평> 2008년 봄호 ‘대화’ 코너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북 국가연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의 연착륙도 재이륙도 불가능한 한반도 위기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연합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북의 체제에 이변이 생겼을 경우에 우리가 동포로서, 또는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인접지역 주민으로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끄트머리가 없거든요. 지금은 북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건 중국밖에 없어요. 중국과는 동맹관계니까. …나는 그런 사태가 안 일어나리라고 보지만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현실이 그렇다는 거예요.”

‘북한’이라는 용어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인지 몰라도 많은 한국인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한국의 일부, 또는 언젠가는 차지하게 될 ‘미수복’ 지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북한 유사시 처분권이 한국에 있다고 쉬 여기는 듯하다.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의 영토조항 때문일까, 한국을 유일합법정부라고 했던 미국 일본쪽의 레토릭 때문일까. 하지만 남과 북의 두 나라는 각기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독립국이고 전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적대국이다.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현실’은 분명 그렇다. 남북분단이 우리의 의사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대국들의 판짜기 흥정의 산물이듯, 지금 이대로 간다면 통일문제 역시 우리 뜻이 아니라 그들의 뜻에 따라 ‘처분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6.15 남북 공동선언을 ‘대남 공작문서’ 쯤으로 간주한다는 사람을 통일부장관으로 내정했던 이명박정부의 통일안보 관련 행보가 눈길을 끈다. 가족이 미국 시민권을 가졌다는 그가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기면 주한미군은 철수한다”거나 “민족공조는 급변사태를 부른다”며 울분을 토로한 건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하필 통일장관을 하라고 하다니!

대통령 취임식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 등 대국의 권세가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걸 보며 백년 전을 떠올렸다. 그들은 그때와 별 다름없고 우리는 반쪽이 돼 서로 싸우고 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나기 전부터 그들이 흥정했던 한반도 분할은 이미 깨끗하게 완료돼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독촉했던 미국 지배그룹의 뇌리에 한국은 한반도의 일부가 아니라 일본열도의 일부로 각인돼 있지 않았던가.

어느 한쪽이 통째로 다 먹느냐, 아니면 적당히 나눠 먹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느냐. 냉전붕괴와 거대중국의 등장 이후 상황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상하양원이 이례적으로 당선 축하결의까지 하고 뉴욕 필하모닉을 평양에 보냈을까. 그래서 일본은 전직 총리들까지 대동하고 서울과 코드 맞추기에 나섰나. 중국과 러시아는 그냥 있을까. 반북·친중·결일·연미가 21세기판 <조선책략>인가?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바다 건너에서 찾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을 통일장관 자리에 앉히려 한 건 북한더러 도대체 어쩌라는 신호일까. 한반도 분단해소가 일본과 아시아대륙의 새로운 분단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미국과 일본 우파들의 걱정에 대한 동조인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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