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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류 발전과 조응해 온 우주관
‘정보계산 우주’와 맞물릴 사회는?

등록 2008-03-07 19:28

김지석의 종횡사해 /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96)은 정보의 양으로 문명 수준을 쟀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던 원시문명은 10의 6제곱(100만) 비트에 해당하는 정보를 가졌고, 고대 그리스에서 출간된 모든 책의 정보량은 10의 9제곱(10억) 비트였다. 그가 계산한 현대문명의 정보량은 책과 영상정보를 합쳐 10의 15제곱(1000조) 비트다. 최근의 정보혁명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정보량은 10의 17제곱 비트를 넘지 않을 것이다.

우주 전체의 정보는 얼마나 될까?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우주 메모리 공간의 총량’을 계산할 수는 있다. 모든 원자와 광자가 기록하는 비트의 수가 그것으로, 무려 10의 92제곱 비트에 이른다. 인류 문명의 정보량보다 1조×1조×1조×1조×1조×1조×1천배 큰 규모다. 우주 메모리가 은하수만한 크기라면 인류가 산출한 정보량은 티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라고 〈프로그래밍 유니버스〉(지호 펴냄)는 말한다. 정보 처리는 물질과 에너지의 본질적 능력이며, 에너지와 정보가 상호작용해 우주가 계산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계산의 기본 단위는 원자와 광자 등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모든 소립자다. 우주는 쉴 새 없는 계산을 통해 스스로를 바꿔나가며, 이런 정보 처리 능력은 모든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곧 이런 능력이 없다면 생명, 언어, 인류, 사회, 문화 등도 존재할 수 없다.

근대 이전 사람들은 우주를 물질로 봤다. 운동은 물질의 속성으로 이해됐다. 그러다가 뉴턴 혁명과 더불어 우주를 에너지와 운동의 관점에서 파악하기 시작했다. 운동은 이때부터 우주의 본질이 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질과 에너지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밝혀냈다. 최근 부각되는 ‘계산우주론’은 정보를 에너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다. 우주 역사와 그 일부분으로서 인류 역사는 정보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주관의 발전은 인류 사회의 발전과 상응한다. 우주를 물질로 보던 시기에는 절대권력과 계급질서가 지배했다. 우주 질서처럼 인간 사회 질서도 고정된 것으로 간주됐다. 뉴턴 혁명 이후는 민주주의 시기와 대응한다. 운동하는 우주와 민주주의는 그 속의 모든 주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대적 존재라는 점에서 닮았다. 계산우주는 어떤 인간 사회와 맞물릴까? 예측하긴 어렵지만 크고 작은 모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보는 본질적으로 관계에서 나오고, 관계의 방식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95)는 ‘자연이 자연을 인식한다’고 했다.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겨난 인간의 자연(세계) 인식능력이 계속 확대돼 인간과 자연의 통일성이 커지리라는 낙관론이다. 이제 인간이 우주 전체와 융합하기 위해 우주의 계산을 시뮬레이션하려 하고 있다. ‘자연이 자연을 계산’하는 시대의 도래다. 그 핵심 도구는 적어도 금세기 말까지는 실용화할 양자컴퓨터다. 그때쯤이면 민주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 사회 또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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