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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실용과 담쌓은 대북정책

등록 2008-04-25 19:07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면서 관객들은 낄낄거렸지만 마냥 유쾌하진 않았다. 고작 저런 꼴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나 싶었다. 그 나라 대통령은 얼마 전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문제와 관련해 “2025년까지 미국의 배출량이 더는 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그 말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그 나라가 앞으로도 17년간은 계속 배출량을 늘려가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 ‘전략동맹’ 소식을 듣고 있자니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동아시아경제사회 담당 교수의 얘기가 떠올랐다. 그 얘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북한과 그 지도자는 도무지 예측 불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북한만큼 예측 가능한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지도자가 단 두 명뿐이었고 게다가 그들은 혈족인데다 같은 당 소속인데. 우리는 지난 60여년간 그들을 연구해왔다. 각기 다른 얘기 하는 10명의 대통령이 등장한 남쪽과 비교해 보라, 어느 쪽이 더 예측 가능한지.

서울의 새 정권이 대북 강경 자세를 취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1998년까지 반세기 동안 상호주의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미 봐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거의 본능적으로 도발적인 레토릭과 함께 거칠게 대응했다. 또 서로 실속 없이 시간과 자원만 낭비할 것이다.

10년 전에 시작한 햇볕정책은 바로 그런 아둔한 짓거리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사회주의권 붕괴와 경제파탄, 홍수와 굶주림 등으로 곤경에 처했던 북한은 거기에 응했고 남북은 신뢰 조성과 함께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강경자세를 고집해온 일본은 옆으로 밀려났으며 한국은 처음으로 자주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외세가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해온 오랜 전통을 끝장낼 기회를 맞는가 했다. 그런데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모양이다. 하지만 평양은 그런 식의 압박에 굴복한 적이 없다. 실용주의란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감성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겉모습을 띠고 있으나 실은 아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다. 98년 이전 반세기 동안의 실패한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전혀 참신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 그거야말로 이상주의적이고 역사를 무시한 처사다.

한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가 재빨리 차지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ㆍ러시아와의 합작사업을 서두르고, 미국에 손짓할 것이며, 심지어 지금까지 티격태격해온 일본과도 손잡을지 모른다. 한국은 예전 옐친 시절의 러시아처럼 북한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어느 날 깨닫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푸틴이 김 위원장과 거래를 다시 트면서 제몫을 되찾았다. 일본도 한때 자원부국인 북한과 수교협상까지 하며 대북 투자구상을 세우던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납치사건에 골몰하면서 그 자리는 중국이 차지해버렸다.

집권 중반기 이후 여론에 밀려 또 되돌아간다면 그 얼마나 큰 낭비냐. 대충 이런 얘기인데, <재팬 포커스>가 지난 1일치 <코리아 헤럴드>에 난 것을 옮겨 실었다.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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