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30.19포인트(3.02%) 떨어진 968.97로 거래를 마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종합홍보관에서 직원이 어제와 오늘 널뛰기를 한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
외국투자자들 대출만기 연장 가능성 커
원화 자금시장 신용경색 해소에도 도움
외국투자자들 대출만기 연장 가능성 커
원화 자금시장 신용경색 해소에도 도움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는 외화 유동성 불안 문제가 획기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은행은 원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맡기고 스와프 한도까지 달러를 언제든지 빌려올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인 외환보유고의 확충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한은은 제한적이나마 국내 외화 유동성을 원화로 관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셈이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당장 국내 금융권의 달러 부족 현상과 달러 사재기와 같은 심리적 불안 현상을 해소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진하는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도 없게 됐다. 국내 금융회사에 달러를 빌려준 외국 채권자들의 만기 연장도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할 때 단기에 너무 많은 달러를 빌려, 동원할 수 있는 외화 자산과 갚아야 부채의 만기 불일치(미스매칭) 문제에 시달려왔다. 은행들은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6월 말까지 약 800억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우리 정부가 은행의 외화채무에 대해 3년 동안 최고 1천억달러까지 지급보증을 했음에도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의 외채 만기 연장은 만만치 않았다. 신규 외화조달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대안을 모색해왔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8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에 박차를 가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시장에서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당장 우리 문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외환당국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에 따라 최대 243억달러까지 조달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데다 이 자금을 받으면 오히려 국가 신인도가 나빠질 위험이 컸다.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들에 적용하는 끔찍한 ‘이행조건’ 때문에 기본적으로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방안이었다.
한-미 통화스와프 거래가 열려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이 개선되면, 국내 원화자금 시장의 신용경색을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부족한 달러를 조달하느라 원화를 내놓아야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리고, 환매조건부(RP) 매입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시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음에도 은행의 자금난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연준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신흥국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으로서도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일은 아니다. 세계 주요국이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거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국제 금융질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의 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