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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신보수냐 신진보냐

등록 2007-04-04 19:53

노대통령 신보수냐 신진보냐
노대통령 신보수냐 신진보냐
재벌 강화에 FTA 하면서 대북포용과 ‘3불’ 유지
왔다갔다 엇갈린 정체성 평가도 극과극 선명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17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라는 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연한 진보’로 규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에 “진보도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른바 ‘새로운 진보론’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뒤 그의 ‘새로운 진보론’은 우리 사회에 격렬한 혼돈 양상을 불러왔다. 한나라당에서 이념 지표가 가장 오른쪽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듣는 김용갑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경제의 6·29 선언”이라고 극찬했다. 그의 지지율은 하룻만에 급상승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초기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계기로) 정권 초기 스스로 꺼렸던 시장만능주의, 성장 우선 전략의 궤도에 들어섰다. 이제 그를 적극 지지했던 지식인과 진보진영 시민사회 단체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뒤바뀐 풍경은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을 불붙게 할 전망이다. 좌우를 넘나드는 듯한 그의 정책 행보가 실용적 유연성의 발휘인지, 정체성 혼돈에 따른 좌충우돌일 뿐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신진보’라는 평가에서 ‘신보수’라는 평까지 극과 극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전부터 보수층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 대립점은 주로 언론 정책과 말투, 정치 스타일과 관련된 지점들이었다. 주요한 정책 기조에선 보수 색깔을 띠거나 미국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지적한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두고 보인 노 대통령의 태도는 한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04년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를 무산시켰고, 이후 부동산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특소세 인하, 대기업 규제 완화도 보수 색깔이 비교적 선명한 정책들로 꼽힌다.

대미 관계에선 북핵 사안과 한-미 동맹 재조정 사안에서 현정부의 태도가 엇갈린다. 대북 문제에선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와 마찰을 감수하면서도 포용정책을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재조정 과정에선 큰 틀에서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선 미국에 끌려다녔다는 비판도 있다.

노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를 ‘신보수주의’라고 진보진영 일부에선 주장했다. 그의 종횡무진 행보가 큰 틀에서는 보수층의 의제를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신자유주의적 친재벌 체제를 강화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비합리적인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 한 게 노무현 정권의 정책기조”라며 “이는 신보수주의적 스펙트럼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은 “일련의 사회경제적 정책이나 대미 정책을 보면 ‘유연한 진보’는 수사일 뿐이며, 신자유주의적 정체성이 뚜렷한 실질적 보수”라고 말했다.

현정부에서 보수층과 대표적 갈등을 빚은 사안들, 예를 들면 보유세를 강화한 부동산 정책이나 ‘3불 정책’을 유지해 온 교육정책 등을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기존 ‘보수-진보’ 틀로 봐선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노 대통령이 진보의 가치를 갖고 있긴 하되, 방법은 실용주의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굳이 이름짓자면 ‘실용적 진보’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그의 실용적 정책이 되레 사회적 약자의 삶을 훼손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적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노 대통령을 단일한 이념 색깔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굉장히 실용적인 분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노 대통령은 애초에 진보-보수의 이념 구분이 안 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강력히 반대했던 법인세를 집권하자마자 내렸고,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특소세, 소득세를 다 내리면서 간접세는 늘려 서민 조세부담은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협상이 타결된 뒤 “(협상 결과를 놓고) 합리적 토론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토론은 단순히 자유무역협정 득실을 넘어서, 노무현 정권의 성격을 놓고 불붙고 있다. 임석규 황준범 김태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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