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의 실전강좌
2부 - 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④제4영역 : 자유와 평등
[주제 1]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가
[도움말] 자유와 평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념적 원리라고들 하지. 민주주의라는 수레를 끌고 가는 데는 ‘자유’라는 오른쪽 바퀴와 ‘평등’이라는 왼쪽 바퀴가 다 필요하다는 거야. 자유 없는 평등은 공허하고 평등 없는 자유는 맹목적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인지도 몰라. 그런데 왜 자유와 평등을 새삼 문제삼는 걸까? 그것은 자유와 평등이 잘 어울릴 때는 문제가 없지만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면, 모든 문제는 자유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저절로 풀려나간다고. 사회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열중쉬어’한 채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하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달라. 개인 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그냥 맡기면 강자의 자유는 관철되고 약자의 자유는 희생되기 십상이라는 거야. 그러므로 사회가 직접 나서서 평등의 원리를 도입해 둘 다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거야. 왜 자유와 평등이 끊임없이 갈등하는지, 이유를 알겠지.
자유를 살리자니 평등이 울고, 평등을 살리자니 자유가 우는 상황이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가 바로 존 롤스야. 그는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 실현과, 기본 가치들에 대한 평등한 분배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는 없는가 하는 고민을 내내 했지. 그래서 그는 평등주의적 요구를 자본주의적 토대에 결합시키려는 가능성을 모색했어. 그 결과 그의 이론은 오늘날 복지 국가 이론의 강력한 토대가 되었던 거야.
롤스는 ‘자유’와 ‘평등’이 서로 싸우자 그 두 개념보다 더 상위 개념을 만들어서 둘 사이의 조정을 시도하려 했어. 그것이 바로 ‘정의’라는 개념이야. 그는 <정의론>에서 정의란 두 가지 원칙을 모두 지켜낼 때 확립될 수 있다고 했어. 우선 ‘자유 우선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만 침해될 수 있다고 못을 박았지. 자유주의와 그에 기반한 자본주의를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야. 그러면서 ‘최소 극대화의 원칙’을 내세웠어.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두 번째 원칙이야.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어느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 곧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때만 그 불평등은 정의로울 수 있다는 거지. 이는 분명히 단순한 공리주의적 견지를 초월한 복지 국가 이론에 대한 강력한 사상적 토대가 아닐 수 없어.
어떤 이는 분배 문제에서 평등을 고려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해. 하지만 분배 과정에서 평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의’는 이룩될 수 없어. 현대 사회에서 빈곤과 같은 문제는 개인의 노력 여부도 큰 작용을 하겠지만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기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야. 이러한 경우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정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평등을 고려해야 하는 거야.
이같이 공정한 분배는 정의를 이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지. 불합리한 사회 구조의 개선과 함께 공정한 분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디딤돌이라 아니 할 수 없어. 사회적 약자, 곧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주제 2] 자유는 한없이 확대되어도 좋은가
[대표 주제] 경쟁이냐, 협력이냐
[도움말] 경쟁과 협력 가운데 무엇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일까? 우선, 경쟁이 제도로서 갖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효율성이야. 그러나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경쟁 사회에서 모든 동료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협력하는 것을 못 배운다고 말하지. 역사적으로 경쟁에 대한 찬반 논의만큼 두 가지 의견이 정면으로 대립해 온 경우도 드물어. 한편에서는 인류 역사의 지나온 발자취와 현재의 모습을 내세우며, 경쟁은 인류 생존과 발전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하지. 그러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놀라운 생산력과 체제 유지력의 원천을 경쟁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어.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인류 역사와 자본주의의 현실이 보여 주는 모순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경쟁 대신 상호 협력의 원리를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지. 대안은 무엇일까?
[관련 주제 1] 민주주의에서 개인이 자유를 지나치게 요구하면 결국 독재를 가져오는가
[관련 주제 2] 토지 공개념은 투기 방지의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주제 3] 직업이란 과연 무엇인가
[대표 주제] 과연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가
[도움말]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거야. 이는 신분에 따라 직업이 정해지던 신분 사회에서 근대 산업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말인 듯싶어. 산업 사회는 생산 분야가 핵심인데, 전통적인 직업관을 고수할 경우 생산 분야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거야. 또 산업화는 직업의 다양성을 가져왔으며 이에 대한 의미와 가치 부여도 필요했을 테지. 이런 맥락에서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귀천이 없다면서 실제적으로 귀천이 존재한다면 이 말은 허구일 뿐만 아니라 허위 의식을 조장하는 말이 되지 않을까?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일수록 보수가 많다면, 그러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등을 도닥거려 준다면 무슨 반론이 있겠는가?
[관련 주제 1] 인간은 일하기 위해 노는가, 놀기 위해 일하는가
[관련 주제 2] 우리 사회에 마니아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제 4] 현대인의 소외, 무엇이 문제인가
[대표 주제] 현대 사회에서 소외를 야기하는 주범은 무엇이고, 그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
[도움말] 에리히 프롬은 20세기에는 ‘인간이 죽었다’라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 바 있지. 어찌하여 그는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을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현대인이 소외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야. 우리는 일상적으로 무엇인가로부터 고립되어 있을 때 소외감을 느끼지. 그런데 나를 소외시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소외의 원인을 흔히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워. 돈이 없다고 따돌리는 어떤 친구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따돌림을 받으면 그 남자의 못된 품성을 질책하기도 하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외의 주범은 다른 데 있지 않을까?
[관련 주제 1] 집단 따돌림 현상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관련 주제 2] 현대인의 불안 의식, 그 원인은 무엇인가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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