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술로 청나라 물리친 신선의 딸
여성 억압하는 사회의 벽 허물다
여성 억압하는 사회의 벽 허물다
1318책세상
<낭군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오래된 고전의 주인공들을 지금 우리의 삶 속에 불러내어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은 ‘국어시간의 고전 읽기’ 저자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생각에 머물지 않고 멋스러운 책을 엮은 전국국어교사모임에 박수를 보낸다.
‘국어시간의 고전 읽기 시리즈’ 중의 하나인 <박씨전-낭군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나라말 펴냄)는 <춘향전>,<구운몽> 다음으로 이본(異本)의 편수가 많은 당대 인기소설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청나라에게 무너진 그 당시 사람들의 자존심을 박씨부인의 초월적 힘을 빌려 회복하고 싶었으리라.
‘꿈은 클수록 넓어지고 자세할수록 가까워진다’. 내가 좋아해서 학기 초에 급훈으로 늘 추천하는 문구다. 각 시대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불가능을 꿈꾸는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여자였고 더군다나 못생겼으며, 양반도 아니었던 박씨는 그 당시 사회에 큰일을 하기엔 불가능한 것들 투성이었다. 박씨는 신선의 딸로, 못생긴 외모의 허물을 벗고, 나무를 군사로 변신시킬 수 있을 정도의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씨에게 꿈이 없고 그를 믿어주는 시아버지 이득춘이 없었다면 세상에 그의 뜻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낭군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조선시대 못생긴 여자 박씨는 피화당 울 안에서 인내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또 남편만이 박씨의 능력을 세상에 드러내 줄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기에 더욱 박씨의 꿈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꿈은 박씨만의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즐긴 그 당시의 사람들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꿈들을 꾸고 있을까? 이야기란 그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면서도 그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꿈’을 제시할 때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을 수 있다. 춘향이는 그 당시의 여성의 덕목인 정절을 이야기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신분 제도에 도전한다. 박씨부인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인내와 도리를 지키면서 조선을 침략한 청나라를 상대로 남자보다 더 멋지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박씨전을 읽는 아이들은 판타스틱한 분위기와 허물을 벗는 극적인 내용에 흥미로워 한다. 그러면 나는 우리 고전에는 이렇게 판타지적 요소가 멋지게 나타난 작품들이 아주 많다고 말해준다. 또, 아이들은 제법 비판적인 시각으로 여성이 억압받는 조선 사회의 문제점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억압이 없는지 오히려 반문한다. 더러 아이들이 박씨가 그 당시 가치를 뛰어 넘지 못하고 민중보다 왕비 목숨에 연연하는 점을 비난하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기가 그토록이나 힘든 것 같다면서, 우리는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꿈을 크게 꿔보자고 제안한다. 강애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회원, 서울 남서울중교사
박씨전을 읽는 아이들은 판타스틱한 분위기와 허물을 벗는 극적인 내용에 흥미로워 한다. 그러면 나는 우리 고전에는 이렇게 판타지적 요소가 멋지게 나타난 작품들이 아주 많다고 말해준다. 또, 아이들은 제법 비판적인 시각으로 여성이 억압받는 조선 사회의 문제점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억압이 없는지 오히려 반문한다. 더러 아이들이 박씨가 그 당시 가치를 뛰어 넘지 못하고 민중보다 왕비 목숨에 연연하는 점을 비난하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기가 그토록이나 힘든 것 같다면서, 우리는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꿈을 크게 꿔보자고 제안한다. 강애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회원, 서울 남서울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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