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말레이시아 초딩들과 마카레나춤을!

등록 2006-08-27 17:16수정 2006-08-28 13:16

눔빡 소망학교 남학생들의 단체 사진. 천진난만한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빛난다. 아이들의 손 모양은 ‘사랑합니다’를 뜻한다.
눔빡 소망학교 남학생들의 단체 사진. 천진난만한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빛난다. 아이들의 손 모양은 ‘사랑합니다’를 뜻한다.
코타키나발루 눔빡학교를 다녀와서
1318리포트

말레이시아의 대도시 코타키나발루. 이 곳 한 구석에는 빈민가가 있다. 기아대책기구(Korean Food for Hunger International)의 일원으로서 7월23일부터 8월 1일까지 봉사활동을 하러 찾아간 눔빡 소망 학교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눔빡 마을은 수상 마을이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해변에 가득 밀려 올라온 쓰레기 냄새가 섞여 나는 바다 위에 수상 가옥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다. 이 마을에 있는 눔빡 소망학교는 나무로 지은 교실은 모두 여섯 개. 벽이 없어 한 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반대편에 있는 교실에도 바로 들리고, 창문에는 창틀이나 유리 대신 격자 모양의 철조망이 쳐져 있다.

눔빡 소망 학교의 학생들은 최소 5살 정도부터 최대 15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초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초등학생들은 한국의 초등학생들과는 달리 인터넷도 게임도 학원도 모르기 때문에 훨씬 더 순진하다. 아침에 봉사자들이 각 교실에 들어가면 모두가 일어서며 ‘스탠드~ 업! 굿~~ 모닝, 티~처!’라고 리듬까지 넣어 인사를 한다. 다들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들의 이름을 꼬박꼬박 불러 주면서 함께 한 놀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단연 마카레나 춤이다. 단순 동작의 무한 반복.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된 이유다. 다들 골반을 흔들며 “헤이~ 마카레나!”를 외쳤다. 춤추는 아이들 중 골반 돌리는 품이 예사롭지 않은 천재성을 가진 여자 아이도 발견했다. 그 뒤 그 여자아이는 이름 대신 ‘마카레나’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마카레나 말고도 종이학과 비행기 접기, 비눗방울 불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그 모든 활동은 ‘굿’, ‘낫 굿’, ‘오케이’ 세 마디로 모두 설명했다. 다함께 해변의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조금이나마 치우기도 했다. 봉사자들이 장갑을 낀 채 쓰레기를 파내며 낑낑거리는 것을 구경하며 수수방관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달려들어 돕는 아이들도 있어 힘이 났다.

눔빡 소망 학교 아이들은 확실히 정을 잘 준다. 며칠 보지도 않았는데 작은 핀이나 플라스틱 새총 같은 것을 건네는 아이들도 있고, 사진 찍어 달라고 손짓하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독사진을 매우 좋아한다. 4반의 리망과 로스는 끝까지 정이 들어 쫓아다니며 도와주고 같이 놀았던 아이들이다. ‘마카레나’도 많이 정든 아이다. 아이들은 이름 불러 주는 것, 손을 잡아 주는 것, 같이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이 아이들 중 커서 눔빡 마을을 벗어날 정도로 깊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 마을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아이는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의 균등을 이루어 내기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최은별/1318리포터, 민족사관고등학교 1학년 coonyhooty@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