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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교육 시장 배불릴 자사고 증설

등록 2007-11-04 16:27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데자뷔(deja vu). 분명 처음 보는 장면인데, 언젠가 본 듯한 느낌.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을 보니, 2004년에 현 정부가 ‘200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가 떠오른다. 공통점?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를 치솟게 할 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이 뻔히 보인다는 점. 하지만 사교육업계는 2004년과 마찬가지로 2007년에도 조용하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괜히 산통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 군-산 복합체가 있듯이, 한국에는 ‘외고-학원 복합체’가 있다. 외고 입시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학원과 우수한 학생을 쓸어 담으려는 외고 간에 상당한 수준의 결탁이 이뤄져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 특정 학원 업체가 특정한 학교를 ‘밀어주는’ 사례도 목격된다.

자사고가 서울-수도권 지역에 여러 개 신설된다면, 외고-학원 복합체를 능가하는 ‘자사고-사교육 복합체’가 성립될 것이다. 왜 그런가? 일단 자사고는 외고의 인기를 능가할 만한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 외고보다 많은 등록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시설·교원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제2외국어 교육 등의 부담이 없어 더욱더 대입 편향적인 교과운영이 가능하며, 문과-이과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선발에서 외고보다 큰 자율권을 가져, 사교육업체에 자사고 입시 시장은 너무나 매력적인 신규 시장이다. 현 정부도 외고 입시열기를 통제하지 못했는데, 탈규제를 강조하며 ‘자율권을 주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어이없는 논리를 읊어대는 이명박 후보 진영이 자사고 입시대란을 예방할 대책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자사고(민사고)가 겨우 150명의 정원으로 얼마나 큰 사교육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본다면, 서울-수도권 지역에 자사고들이 설립 인가되는 날은 우리나라 교육 공공성에 조종이 울리는 날이요, 사교육업계의 기념비적인 축제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기존 외고-학원 복합체는 외고와 학원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비교적 단순한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인 데 반해 자사고-사교육 복합체는 이보다 업그레이드된 구조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교가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을 영입해 은평 뉴타운지역 자사고 설립을 예약해 놓은 것은 중요한 시금석이다. 현행 규정상 자사고 운영재단은 학교 운영예산의 20% 이상을 재단 전입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자사고 선발에 반영되는 각종 경시대회 개최 및 자사고 입시학원 운영 등을 통해, 200%를 버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많은 교육업체들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신천지’이다.

자사고 증설은 본고사 도입보다 쉽게 실현 가능하고, 일단 실현되면 돌이키기는 더 어렵다(본고사는 ‘시험’이지만 자사고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의 자사고 설립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반대의 두 배로 나온다. 현 정부의 교육 실정 때문에 얻는 반사적 프리미엄이 참으로 대단하다. 이 프리미엄의 대가로 학부모들이 치르게 될 사교육비도 참으로 대단할 것이다.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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