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내신위주 선발’ 긍정적 효과 살리는 길

등록 2007-11-11 15:23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생과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대통령의 양대 망언이, 가장 민생과 밀접하고 개혁이 절실한 교육 및 주택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공공아파트의 원가공개에 대해서조차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내신 반영비율을 놓고 정부와 대학이 대립할 때 “이미 2004년에 사회적 합의가 있지 않았느냐”고 일갈하면서 (실제로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몇달 전부터 진보개혁적 교육시민단체에 몸담아온 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분들도 대부분 내신성적이 대입에 반영될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문제점은 대략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사교육 수요를 팽창시킨다. 교육선진국들의 참여형·소통형 교육과 달리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에서는 학교가 학원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내신성적은 ‘낙인 효과’가 있다. 수능은 초반의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못미쳐도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저학년때 받은 낮은 내신성적은 교정 불가능한 절망의 원천이 된다. 셋째, 경쟁의 체감 강도가 수능에 비해 훨씬 높다. 수능은 전국 단위의 경쟁이지만 내신은 동료들간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몰래 훔쳐내거나 동료의 노트를 없애버리려는 유혹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넷째, 전국의 고교생의 30%가 비평준화지역에 있는데, 내신 비중이 커지면 비평준화 지역의 상위권 중학생들에게 ‘일부러 비인기 고등학교에 지원하라’는 황당한(!) 진학지도를 해야 한다. 다섯번째 문제점은, 내신성적은 고교별 학력 격차를 보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를 보정한답시고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것 또한 ‘개인에 대한 평가를 선배들의 실적에 종속시킨다’는 면에서 연좌제적 요소가 있다.

여기서 내신 위주의 선발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래서 교육선진국들은 내신성적을 전형요소로서 일정수준 활용할 뿐이지, 결코 내신성적 위주의 선발을 ‘일반화’하지는 않는다. 대학이 평준화된 프랑스에서조차 내신성적이 아닌 국가고시(바칼로레아)로 대입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신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가? 내신성적은 ‘주어진 여건과 환경 하에서’ 보인 학업성취도로서, 3년간의 성적이 누적 합산되므로 장기적인 학업적 성실성의 지표로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내신성적으로 합격 여부가 좌우되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들의 대학 성적을 살펴보면, 일반전형 입학생보다 상당히 높고 특기자전형 입학생과 거의 동급이다. 또한 출신지역이 서울·경기와 기타지역이 반반으로서 지역별 안배 효과가 있다(계층별 안배 효과는 의심스럽다―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교육이 내신성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신성적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려면 근본적으로 학교교육이 주입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일단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내신위주 선발의 일반화 또는 ‘내신+수능+논술’식 합산제(현행 ‘죽음의 트라이앵글’)는 곤란하지만, 정원의 ‘일부’를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정부가 대학들에게 정원의 1/3 가량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의 사례를 따르도록 권유하고 나머지 정원의 선발방식은 대학 재량에 맡겼다면 어땠을까? 참여정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반(反)참여적 행태를 통해, 내신성적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던 것이다.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