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교원평가제와 교육개혁

등록 2008-03-09 15:35

이범 곰TV·EBS 강사
이범 곰TV·EBS 강사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최근 전교조에서 ‘학교시장화 저지 투쟁본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을 과녁 삼아 강경 투쟁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특히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18대 국회에서 교원평가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심의되면 전교조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교원평가제가 정국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평가에 대한 찬성률이 80%에 이른다. 교사들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교사들은 교육관료들에 의해 옴짝달싹 못하게 통제돼 있는 상태에서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마치 기득권 세력처럼 취급되고 ‘개혁의 대상’이 된 듯한 상황이 벌어질 참이니, 억울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들이 그 수요자인 학생ㆍ학부모들한테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20년, 외환위기 1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이제 ‘평가를 거부하는 집단’은 국민의 상식 속에 자리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미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학부모단체들이 교원평가제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혀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전교조와 친화력이 강한 극히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말이다.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원평가제 추진세력도 ‘관료파’와 ‘혁신파’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료파는 교원평가의 결과를 교원 승진과 결부시키는 데 반대한다. 교원의 승진은 계속 기존의 근평(교원 근무평정제)에 의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인데, 다분히 승진에 관한 권한을 독점해온 교육관료들의 기득권에 충실한 방안이다.

반면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파는, 교원평가 결과를 승진에까지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근평을 교원평가에 통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총선 이후 청와대가 본격적인 실행력을 가지면 혁신파는 여론과 학부모단체들의 지지를 업고 상당히 파격적인 교원평가제를 법제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시장주의/반시장주의 대립구도에 균열이 발생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시장주의/반시장주의 대립구도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복잡다단한 교육문제들이 시장/반시장이라는 단일한 대립구도로 환원되지 않으며, 교육수요자인 학부모ㆍ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시대적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에 대한 불만을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투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하지만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에게 ‘시장주의에 포섭된 학부모들의 한계’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한다면, 전교조의 쇠락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교원평가제는 전교조가 국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노조 이상의 노조’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당장이라도 학교권력체제의 민주화를 목표로 학부모ㆍ학생의 참여도를 오히려 더 높인 대안적 교원평가제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교원평가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학생들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그 대신 학급당 학생수와 교원 수업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까지는 만들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한다면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이범 곰TV·EBS 강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