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테니스’ 주선 이시장 측근, 한나라 모임 경비로 써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를 주선해 온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이명원씨가 한나라당의 옛 지구당 간부 조직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이 과정에서 시체육회 예산까지 쓴 것으로 확인돼, 이 시장의 대권 행보를 위해 국민 세금을 불법으로 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3일 한나라당 옛 지구당 및 시체육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해 6월 서울시내 한나라당 옛 지구당의 사무국장을 지낸 인사들 40여명과 함께 ‘한국회’(한나라당 국장 모임)라는 모임을 만든 뒤 정치활동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한국회 발족과 함께 이 모임의 회장을 맡았으며, 매달 한 차례 인사동·세검정 등지의 한정식집 등 고급 음식점에서 정례모임을 주최했다. 이 자리엔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물론, 한나라당 현직 국회의원과 일부 지방선거 출마 준비자 등이 참여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씨는 지난 1월25일 낮에도 ‘한국회’ 회원 20여명과 함께 서울 인사동의 ㅅ한정식집에서 모임을 열었으며, 이 자리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씨는 이날 모임이 이처럼 시체육회 활동과 상관없는 행사인데도 음식점 식대의 일부인 36만5천원을 시체육회 경비(기관운영 업무추진비)로 처리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씨는 법인카드로 이 돈을 치른 뒤, 영수증과 함께 ‘경기단체 관계자들과의 모임’이라는 명세를 붙여 시체육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이 시장을 위한 정치적 조직을 관리하며 시체육회 예산을 상습적으로 빼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2월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주선을 시작했고, 한 달 뒤인 3월엔 연봉 9860만원으로 신설된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맡았고, 별도로 서울시 1급 공무원에 준하는 업무추진비까지 받아왔다.
서울시 예산 관련 부서의 한 공무원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엔 횡령에 해당한다”며 “감사에서 적발될 경우 정상을 참작해 징계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시체육회는 이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 지원예산이 세 배 가까이 늘었으나, 서울시로부터 한 번도 정기감사를 받지 않았다.
한편, 이씨는 지난 22일부터 이틀째 시체육회에 출근하지 않은 채 전화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시체육회를 통한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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