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관행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관행 전 부장판사 영장 발부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고위 법관이 사건 청탁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것은 중대한 사안으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하는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한 건물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 법관에 대한 미안함 탓인지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사법 사상 최고위급 전직 법관이 구속된 8일은 사법부의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만했다.
이상주 판사는 영장 발부 사실을 전하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 사람 같으면 불구속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는데, 법관이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하게 봤다”고 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또 없겠죠”라는 말 속에 그간의 ‘마음 고생’이 묻어났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김홍수씨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는 법정에서 다툴 것으로 보이고 무죄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돈을 준 것 같다는 진술이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와서 돈을 받았다고 돼 있는데 다 믿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고, 만약에 조 부장이 없었으면 나머지 두 사람의 영장이 청구됐을지도 의문”이라며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장의 구속으로 법원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고 다른 고법판사는 “착잡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조 전 부장판사는 “한때 기소가 되면 자살한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실질심사는 심문에만 6시간40분이 걸릴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조 전 판사는 영장이 발부된 후 성동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브로커 김홍수씨가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는 점을 감안해 조 전 부장판사등 3명을 성동구치소에 수감했다.
조 전 부장판사 구속의 충격 속에 대법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전국 28명의 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법원장 회의를 열어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부터 구체적인 법조 비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한편 이날 공개된 구속 영장에 따르면 조 전 부장판사는 2001년 12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4차례에 걸쳐 민ㆍ형사, 행정, 민사 본안 사건에 재판 당사자의 의뢰를 받은 브로커 김씨의 청탁을 받고 재판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현금 4천만원과 7천만원 상당의 가구, 카펫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2차례에 걸쳐 김씨 등으로부터 전별금, 휴가비, 용돈 명목으로 2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사고 있다. 김씨는 검찰 수사에서 조 전 부장판사에게 전별금, 용돈 등 명목으로 현금만 1억6천여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대가성이 인정되는 6200만원만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김영광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2차례에 걸쳐 피내사자 신분인 브로커 김씨로부터 모두 1천만원을 받고 김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오기 총경은 지난해 1월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으로 근무할 때 김씨가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사람을 고발한 사건에 착수하면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이에 앞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조 전 부장판사는 “한때 기소가 되면 자살한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실질심사는 심문에만 6시간40분이 걸릴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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