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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가 당신 때린 것 맞아?” “회장님 진실을 말해주세요”

등록 2007-04-30 19:43수정 2007-04-30 21:49

김승연(앞 오른쪽) 한화그룹 회장이 30일 새벽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보복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집에 돌아가려고 차에 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승연(앞 오른쪽) 한화그룹 회장이 30일 새벽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보복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집에 돌아가려고 차에 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 회장-종업원들 대질신문 재구성
대질신문 하려하자 “젊은 애들이랑 어떻게…”
피해자들 “무섭고 떨린다”…두려운 기색 역력

“내가 당신 때린 것 맞아?”(김승연 회장) “회장님, 진실을 말해 주세요….”(ㅅ클럽 종업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ㅅ클럽 종업원들 간의 대질신문이 이뤄진 30일 새벽,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사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ㅅ클럽 종업원들은 보복의 두려움 때문인 듯 김 회장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한 채 “김 회장에게 직접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완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김 회장이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자 피해자들과 대질신문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젊은 애들이랑 어떻게 같이 한자리에 하겠느냐”며 거절했다. 이에 수사관이 “아니 현장에 없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젊은지 아닌지 알아요?”라고 되물었다. 김 회장의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경찰은 “그럼, 피해자들이 밖에서 유리창으로 확인할 테니 유리 쪽을 봐달라”고 제안했고, 김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간접’ 대질신문이 이뤄졌다. 경찰 조사관은 조사실 밖에 있는 종업원들에게 김 회장을 가리키며 “쇠파이프로 때린 사람이 맞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들 중 한 사람이 “그렇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이것만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30일 새벽 1시께 다시 김 회장에게 대질신문을 권했으나 김 회장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김 회장 변호사가 “이 문제로 또다시 출두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설득해 어렵게 대질신문이 성사됐다. ㅅ클럽 종업원 5명이 조사실로 들어왔다. 조사관들이 “이 사람에게 맞은 것 맞습니까?”라며 김 회장을 가리키자 한 종업원은 김 회장에게 “진실을 밝혀달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의 둘째 아들을 때린 윤아무개씨한테 “내가 당신 때린 것 맞아?”라고 다그쳤고, 윤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질신문 내내 종업원들은 김 회장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하는 등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관에게 “무섭고 떨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 북창동 ㅅ클럽에 찾아갔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폭력을 휘두른 게 아니라 화해를 주선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청계산에 간 것도 완강히 부인하며 “필요하면 당시 행적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진술녹화실 내부 전경. 김 회장은 방음시설이 돼 있고 녹화 카메라가 설치된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거나 안정적 조사가 필요할 때 진술녹화실을 사용하게 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진술녹화실 내부 전경. 김 회장은 방음시설이 돼 있고 녹화 카메라가 설치된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거나 안정적 조사가 필요할 때 진술녹화실을 사용하게 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제공

이날 조사에는 채정석 한화그룹 법무실장과 외부 변호사 한 명이 번갈아 가며 신문 과정을 지켜봤다. 대질신문이 끝난 뒤에도 김 회장은 조사실에 오래 머물렀다. 경찰은 김 회장이 대질신문이 끝난 뒤 변호사와 함께 두 시간 동안 조서를 자세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이 조서에 ‘피의자는 비웃듯이 벽 쪽을 보며 웃기만 한다’라고 기록한 것을 놓고 변호사들이 삭제를 요구해 승강이가 벌어졌다고 한 경찰관은 전했다.

변호인단은 밤 12시 이후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우리가 밤샘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강압조사에 해당한다”며 경찰 쪽과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새벽 3시20분께 남대문경찰서를 빠져나가면서 “피해자가 (김 회장의) 얼굴을 확인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대질신문을 받은 ㅅ클럽 종업원들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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