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나란히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92억원의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정식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쪽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라 기소된 것이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해서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재단 출연금 등으로 사적 이익을 취한 적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유 변호사는 “재단 출연에 있어 대통령 박근혜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 주길 바란다. 재단 기본재산은 누구도 사용할 수 없고, 보통 재산도 엄격하게 재단 설립 목적에 따라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과 공모했다는 데 대해서도 “공소장 어디를 봐도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 설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쪽은 최근 불거졌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돈봉투 만찬’도 언급했다. 유 변호사는 “증거 책자만 해도 5책인데 상당수가 언론기사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그런 논리라면 법무부와 대검에서 감찰 받고 있는 ‘돈봉투 만찬’사건도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 가능하다는 게 본 변호인 의견”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범죄 혐의를 밝히는 모두 절차를 50여분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와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가 직접 설명에 나섰다. 가장 핵심 쟁점은 ‘뇌물죄’인 만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592억원의 뇌물이 대가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삼성 뇌물 관련해 검찰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최대 의결권 확보해서 원활한 경영권 승계방법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문제 등 현안을 원활히 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298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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