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19일 낮 12시(한국시각)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다. 이번 대회에서만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이전의 대결과 성격이 판이하다. ‘한 수 아래’ 상대라고 생각하는 한국에 두 번 진 일본은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반면, 한국은 두 번의 승리가 요행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더구나 이번은 세계야구 왕자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외길이다. 일본 선수들은 17일 샌디에이고의 숙소에서 기적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하며 “(한국과) 세 번째 대결에서는 절대 질 수가 없다”고 독기를 내품었다. 반면, 미국 일본을 연파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팀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주장인 이종범 선수는 일본을 격파한 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구경백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이사는 “이종범의 말이 정답이다. 한국 선수단이 어느 팀에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과 오 사다하루 감독의 지략 대결도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인화의 야구’를 추구하는 김인식 감독(58)과 ‘스몰 야구’를 표방하는 오 사다하루(65) 감독은 둘 다 지키는 야구에 강하다. 때문에 한 번의 빈틈이 경기를 좌우하는 살얼음판 승부가 이번에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감독은 17일 “미국이나 일본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상관 없었다. 일본이 이제 구사일생으로 올라왔기에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 사다하루 감독도 더 는 지킬 것이 없으니 모든 것을 던져 과감하게 싸우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세 번째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 ‘두 번 있는 것은 세 번도 있다!’ 둘 다 승부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일본의 속담이다.
과연 야구의 신은 19일의 세 번째 한-일 대결에서 어느 쪽의 속담에 손을 들어줄까? 샌디에이고/권오상 기자, 오태규 선임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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