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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 우익과 일본 우익이 다른점

등록 2006-12-21 19:23수정 2006-12-21 19:27

한승동의 동서횡단

지난 15일 일본 자민·공명당이 패전 직후(1947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다. 동시에 역시 패전 뒤 내각부 외국(外局)에 두었던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켰다. 교육기본법 개정 내용은, 기존 교육이 아시아태평양전쟁 책임을 일제 때의 국가주의에 지우면서 국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들을 길러냈다고 비판하며 이를 뒤집고 애국주의를 고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교육기본법은 전쟁 전의 ‘충군애국’이 아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는 반성에서,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지 말고, 국민 전체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고 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개정 교육기본법은 이를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지 말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하도록 한다.”로 바꾸었다. 이부키 분메이 문부과학상은 법률이나 학습지도요령은 국민의 의사로 결정된 것이니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하더라도) 부당한 지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법률과 학습지도요령만 통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 법률과 학습지도요령을 누가 만드는가?

애국심 강조는 새로 들어간 ‘전통과 문화의 존중’과 일맥상통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일본의 전통이나 문화를 배우는 자세나 태도를 평가하겠다는 뜻, 곧 학생들 성적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교육기본법이 잘못돼 있다고 주장해온 아베 총리와 자민당 주류 혼네(본심)의 요체는 자신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감행한 아시아태평양전쟁은 정당했고 할아버지들은 전범이 아니라 전승국에 의해 부당하게 전범으로 규정당한 희생자라는 것이다. 수천만명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가족들이 속한 사회집단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타국의 진로를 망쳐놓은 대가로 ‘일등국민’이 된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편협하고 저열한 세계관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결국 군대 보유와 국가 교전행위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이다. 반세기를 넘긴 헌법을 시대변화에 맞춰 수정하는 일이야 당사국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 향하는 곳이 하필 패전 전이라니.

그런데 <아사히신문>이 방위성 승격과 관련해 아베 총리 세계관을 보여주는 그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얘기가 가슴을 때린다. ‘일본은 안전보장을 타국에 내맡기고 경제를 우선시켜 부유해졌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잃어버린 것도 많았던 게 아닌가.’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잃어버린 것을 되찾자는 건 바로 방위성 승격과 개헌을 외쳐온 일본 우익들의 목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그 얘기가 가슴을 때리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 우익의 식민지근성과 대비돼서다.

민족과 국가를 전매특허처럼 내세우는 우익이 국가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기고 굽실거리며 3류국 노릇을 한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모멸이며, 이를 용인하는 건 우익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우익은 별종이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는커녕 50년이 넘도록 미국한테 내맡긴 자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조차 결사반대하고 나서는 우익이 건재한 나라가 한국이다.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훨씬 많은 양국 우익은 이런 결정적인 부분에선 다르다.

이런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때 주인과 하수인 신분으로 같은 배를 탔던 두 나라 우익의 의식은 일제가 패망하고 점령국이 바뀐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종주국과 식민국의 그것처럼 건너뛸 수 없는 층위가 져 있다. 자민족에 대한 긍지는커녕 모멸과 사대주의로 무장한 희안한 우익. 식민지근성은 토대가 바뀌지 않는 한 세월간다고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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