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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급진적 신자유주의가 부른 ‘난국’

등록 2008-06-20 17:09수정 2008-06-23 16:16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

군대와 경찰만 빼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이 경구를 마법의 주문처럼 앞세운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세상을 망쳐 놓고 있다. 마침내 미국이 망가졌고, 그 다음은 일본이다. 그 다음은? 아마 한국이 아닐까.

도쿄 태생으로 뉴욕주립대와 뉴욕시립대에서 국제관계론을 공부한 뒤 유엔 부인개발기금(UNIFEM), 국제 엠네스티 뉴욕지국원을 거쳐 미국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 9·11사태에 충격받고 저널리스트가 된 쓰쓰미 미카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이와나미서점, 2008)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2006년 미국 국세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곤인구’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수입이 2만달러(2천만원 남짓) 이하인 집안의 구성원들이다. 국세조사국은 2006년 빈곤선 이하 미국인구가 3650만이라 했고, 농무부는 2005년 ‘기아상태’를 체험한 미국인이 3510만이라 했다. 2005년도 미국 빈곤율은 12.6%였는데, 그 가운데 18살 이하의 빈곤아동율은 17.6%(6명에 1명꼴)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말하자면 부시 대통령 집권 중반까지 11%나 늘었다. 5년간 빈곤아동이 130만명이나 더 늘었다는 얘기다. 뉴욕의 아동 190만 중 4분의 1이 빈곤아동이고, 그 3분의 2가 학교 무료·할인 급식을 신청했다.

뉴욕 아동의 50%는 비만이다. 잘 먹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도가 높다. 시장자유화·민영화와 함께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해버린 결과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은 마카로니 앤 치즈, 프라이드치킨, 핫도그 등 싸구려 ‘정크푸드’들이다. 그것이 비만을 불렀고 2010년께면 전국민 절반이 비만화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국민세금으로 막아야 할 미국의 의료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돈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국인은 한국 인구만한 4700만. 2005년 미국 파산건수는 208만건이고, 이 가운데 204만건이 개인파산이었다. 개인파산 원인의 절반 이상이 가족 중에 누가 아파서 내야 했던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때문이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면 그 참상을 짐작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로 중산층이 해체되면서 극소수 엘리트와 소수 전문가 그룹, 그리고 절대다수 빈곤층으로 사회가 3분된 결과다.

쓰쓰미 미카는 일본이 바로 그런 미국을 뒤따라가고 있다며 탄식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대학등록금 제공’ 유혹에 넘어가는 빈곤층 고교생들을 겨냥한 미국의 군인모집 수법을 일본 자위대가 그대로 써먹고 있고 거기에 응하는 일본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고 썼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2006년 일본경제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상대성 빈곤율 순위 1위가 미국이고 2위가 일본이다. 상대성 빈곤율이란 부의 격차, 곧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집권 자민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표를 잃은 것도 양극화를 초래한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었다. 노 정권의 ‘경제실정’을 비판해 표를 얻었다고 착각하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다. 그것이 지금 난국의 근본 원인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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