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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동아시아 분단선을 옮겨라

등록 2008-07-04 18:50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

냉전이 무너진 지 20년이 다 됐는데도 동아시아 분단선이 여전히 한반도 한복판을 달린다. 분단선을 없앨 수 없는 게 국제 현실이라면, 분단선의 위치를 바꾸기라도 해야 한다. 저들간의 세력다툼이 빚은 썩은 피고름을 왜 우리가 다 받아내야 하나. 분단선은 분단을 원하는 세력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걸 거부하고 있다.

만약 친미적인 남한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되고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면 중국은 한반도와 마주한 서해 연안과 만주(동북삼성)에 엄청난 군사력을 배치해야 한다. 중국에 최대 위협세력은 한반도를 타고 오는 해양세력, 곧 일본과 미국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경제·군사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고 막대한 국가 에너지를 동북 방위에 쏟아부어야 한다. 21세기 강성대국의 꿈은 그리되면 아마 멀어질 것이다. 북한이란 존재는 중국으로선 단순한 순망치한의 관계 이상이다. 중국은 북한 덕에 엄청난 국력 낭비를 덜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비용을 북한이 몽땅 대신 치르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막고 돕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북한은 그걸 알기 때문에 중국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남한이 친미로 기울면 기울수록 중국으로선 북한의 가치가 더 올라가고 남한 주도의 남북 통일에는 더욱 반대하면서 분단체제 유지를 원할 것이다.

한반도 분단 최대 수혜국은 단연 일본이다. 미국을 배후로 소련·중국 등 이웃 사회주의 적국들과 대치했던 일본한테 남한은 하늘이(실은 미국이) 내려준 완충지대였다. 남북한 동족이 마지막 고혈까지 짜내 반세기 이상 대리전을 치러주는 동안 미국의 동아시아 경영 발판인 일본은 미국의 안보우산과 경제 지원 속에 번영을 구가했다. 일본에 대한 미국 안보우산의 근간은 핵을 빼면 바로 남한의 기지화였다. 남한이 일본의 엄청난 안보 비용을 대신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 된다. 이 희대의 부조리극 연출자는 미국이고 돈을 챙긴 건 일본이었다. 일본의 전후 경제 기적은 그런 조건 위에서 비로소 가능했다.

남북이 아둔한 적대적 소모전을 중단하고 손을 잡는다면 동아시아 분단선은 한반도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부조리극은 끝나고 한반도는 해방된다. 그 결과 한반도에 어느 이웃도 쉬 넘볼 수 없는 독자적 힘을 지닌 안정적인 통합국가가 등장하는 것이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와 평화 유지에 필수적이다.

만일 동아시아 분단선이 대한해협으로 옮겨간다면 남북한의 에너지 낭비는 급감하고 대신 일본은 엄청난 국력을 거기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리하여 선택에 내몰릴 것이다. 계속 미국을 등에 업고 강력해진 동아시아 대륙과 적대할 것이냐, 아니면 한반도를 포함한 이웃 대륙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미국 식민지 노릇을 그만둘 것이냐.

이런 동아시아 국제관계 재편은 남한이 북의 동족 및 균형외교를 외면하고 친미 일변도로 가는 한 불가능하다. 불행하게도 이명박 정부는 바로 그 길을 택한 듯하다. 그들이 꿈꾸는 북한 흡수통합을 통한 분단 해소를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실현 가능한 것은 분단선을 일단 한반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폐악의 일부라도 가해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역사적 정의에도 부합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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