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뉴스분석]
중앙무대서 모습 감춘 대선 한나라당 예비주자들
중앙무대서 모습 감춘 대선 한나라당 예비주자들
정치에서는 가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난달 30일 임시국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같은 날 끝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세 사람이 동시에 사라졌다. 정확히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현장접촉·민생투어 등 ‘휴가 잊은 여름’
각자 장점 무기로 내세워 경선 땅다지기 ‘차기’를 둘러싼 정치지형은 이들 한나라당 ‘3인방’에게 확실히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 지지율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 등 여당 후보군의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초라한 상태다. 고건 전 총리는 ‘희망한국국민연대’ 발족에 애를 먹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일단 한 발짝씩 물러섰다. 겸손한 태도다. 1997년이나 2002년 선거를 앞두고 대선 예비주자들이 보여주었던 행태와 비교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 ‘자신감’이다.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너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둘째, 바둑으로 치면 ‘포석’의 신중함이다. 문제는 예선인데, 박근혜는 이명박을 이기기 쉽지 않고, 이명박은 박근혜를 이기기 쉽지 않다. 물론 손학규는 둘 다 어려운 상대다. 자칫 한 수를 잘못 두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셋째, 당 구조가 확 달라졌다. 대선주자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함부로 줄을 세울 수 없게 돼 있다. 돈을 줄 수도 없고, 공천을 보장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의원들의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태도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보다는 한나라당이 반드시 여당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물러선 것은 외형적인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 자신의 장점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날을 세우느라 한창이다. 세 사람의 무기는 각각 다르다. 박근혜는 ‘당 기여도’, 이명박은 ‘컨텐츠’, 손학규는 ‘새 정치’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제 관련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고, 요가도 한다.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대언론 접촉은 사절이다. 그의 ‘침묵’에선 강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5·31 지방선거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당 기여도’를 쌓았다. 지지율도 올랐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은 “박 대표는 이른바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라며 “사실은 요즘 쉬면서도 당내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7·11 전당대회 이후에는 ‘대선 캠프’도 차릴 예정이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정무적 마인드를 갖춘 정예 인사들로 짤 계획이라고 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정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표 법안’을 기대하시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 매일 들러 사람들을 만난다. 오는 13~14일 전남지역 대학생들의 농촌봉사 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장 활동’에도 나선다. ‘농촌 기업화’에 관심이 많고, 자영업체나 중소기업을 방문해 ‘컨설팅’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비전’과 ‘대안’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대선은 결국 ‘컨텐츠’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몇 가지 주요 분야에서 ‘메가톤급’ 공약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퇴임 직전 <한겨레> 인터뷰에서 ‘충청권 살리기 구상’에 대해, “거의 만들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밝히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역시 자신감이 엿보인다. 손학규 전 지사는 퇴임 직후 호남지역으로 내려가 ‘민심 대장정’을 하고 있다. 장성~해남~강진~보성~광양~여수~김제를 거쳐, 9일 현재 전북 부안에 가 있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듣고 느낀 것을 직접 기록해 매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다. 이수원 전 경기도청 공보관은 “기존의 캠프 정치, 조직 정치로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며 “새로운 국가 비전을 들고 당으로 돌아오면 손학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손학규 두 주자의 전략은 “밖에서 세를 만들어 당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민심을 얻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내 경선에서도 절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 쪽도 여론조사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왜 박근혜인가’를 지금부터 정리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사실 대선 예비주자쯤 되는 정치인들에게 휴식이란 없다. 세 사람의 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울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각자 장점 무기로 내세워 경선 땅다지기 ‘차기’를 둘러싼 정치지형은 이들 한나라당 ‘3인방’에게 확실히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 지지율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 등 여당 후보군의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초라한 상태다. 고건 전 총리는 ‘희망한국국민연대’ 발족에 애를 먹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일단 한 발짝씩 물러섰다. 겸손한 태도다. 1997년이나 2002년 선거를 앞두고 대선 예비주자들이 보여주었던 행태와 비교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 ‘자신감’이다.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너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둘째, 바둑으로 치면 ‘포석’의 신중함이다. 문제는 예선인데, 박근혜는 이명박을 이기기 쉽지 않고, 이명박은 박근혜를 이기기 쉽지 않다. 물론 손학규는 둘 다 어려운 상대다. 자칫 한 수를 잘못 두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셋째, 당 구조가 확 달라졌다. 대선주자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함부로 줄을 세울 수 없게 돼 있다. 돈을 줄 수도 없고, 공천을 보장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의원들의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태도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보다는 한나라당이 반드시 여당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물러선 것은 외형적인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 자신의 장점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날을 세우느라 한창이다. 세 사람의 무기는 각각 다르다. 박근혜는 ‘당 기여도’, 이명박은 ‘컨텐츠’, 손학규는 ‘새 정치’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제 관련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고, 요가도 한다.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대언론 접촉은 사절이다. 그의 ‘침묵’에선 강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5·31 지방선거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당 기여도’를 쌓았다. 지지율도 올랐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은 “박 대표는 이른바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라며 “사실은 요즘 쉬면서도 당내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7·11 전당대회 이후에는 ‘대선 캠프’도 차릴 예정이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정무적 마인드를 갖춘 정예 인사들로 짤 계획이라고 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정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표 법안’을 기대하시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 매일 들러 사람들을 만난다. 오는 13~14일 전남지역 대학생들의 농촌봉사 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장 활동’에도 나선다. ‘농촌 기업화’에 관심이 많고, 자영업체나 중소기업을 방문해 ‘컨설팅’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비전’과 ‘대안’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대선은 결국 ‘컨텐츠’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몇 가지 주요 분야에서 ‘메가톤급’ 공약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퇴임 직전 <한겨레> 인터뷰에서 ‘충청권 살리기 구상’에 대해, “거의 만들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밝히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역시 자신감이 엿보인다. 손학규 전 지사는 퇴임 직후 호남지역으로 내려가 ‘민심 대장정’을 하고 있다. 장성~해남~강진~보성~광양~여수~김제를 거쳐, 9일 현재 전북 부안에 가 있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듣고 느낀 것을 직접 기록해 매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다. 이수원 전 경기도청 공보관은 “기존의 캠프 정치, 조직 정치로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며 “새로운 국가 비전을 들고 당으로 돌아오면 손학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손학규 두 주자의 전략은 “밖에서 세를 만들어 당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민심을 얻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내 경선에서도 절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 쪽도 여론조사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왜 박근혜인가’를 지금부터 정리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사실 대선 예비주자쯤 되는 정치인들에게 휴식이란 없다. 세 사람의 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울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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