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대주주 3인 자성없는 ‘막말 정치’

노대통령-김근태·정동영 ‘애증관계’

노대통령 ‘구태정치’ 비판에 정동영 “독선의 공포정치”
김근태는 “분열정치” 받아쳐 당안팎 “볼썽 사납다” 비판

노무현 대통령과 그 밑에서 장관을 지냈던 열린우리당 두 전직 의장이 연일 살벌하게 다투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은 8일 각각 ‘독선과 오만의 공포정치’, ‘노무현식 분열정치’라고 맞받았다. 싸움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의 원색적인 말다툼에 “자성은 빠졌다. 볼썽사납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상대방에게 그런 방식으로 (구태 정치)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식 분열정치”라며 “대통령이 편지정치를 통해 한나라당 집권을 돕는 이적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당 의장 시절이던 지난해 여름, 내가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자 노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험하게 비방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올해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려면 내게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보도자료를 내어 “현직 대통령의 꿈과 전망이 설사 대선 승리의 비책을 제시한다 하여도 국민 열망과 요구보다 우선될 수 없다”며 “(통합) 노력을 과거의 구태 정치라 부른다면 이는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공격했다. 이날 두 사람의 날선 공격에 청와대는 일단 ‘숨고르기’ 자세를 보였다.

노 대통령의 최근 언행에 대해서는 과도한 정치개입이란 비판이 많다. 노 대통령은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이어 열린우리당 대선 주자들까지 연거푸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를 두고는 일종의 ‘협박정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당을 떠난 대통령의 정치개입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대선후보를 노리는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의장은 연합전선을 형성해 노 대통령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밀리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지만, 잘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들에게 노 대통령과의 싸움은 물러설 수 없는 정치적 생존투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전직 의장으로서 당의 몰락에 책임이 크다. 노 대통령 탓이 더 크다고 두 사람은 항변하지만 그 울림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지분을 지닌 최대 주주들의 진흙탕 싸움 속에 당 전체가 침몰해 가고 있다. 임석규 이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