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빠져나가는 노조원들. 포항 건설노동조합이 20일 밤 자진해산을 검토했다가 번복한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이날 자정께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사 로비를 빠져나오고 있다. 포항/ 김경호 기자
30~40여명씩 배관 등 타고 나와…수배 노조원 20여명 연행
경찰, 특공대원 건물 옥상 통해 투입 검토
경찰, 특공대원 건물 옥상 통해 투입 검토
지난 13일부터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해온 포항건설노조가 21일 새벽 농성 노조원들의 현장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농성 9일만에 사실상 자진해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20일 밤 11시께부터 30~40여명씩 배관 등을 타고 농성 현장을 빠져 나온 것을 시작으로 20일 자정께부터는 5층과 4층 사이를 가로막은 바리케이트를 헤치고 계단을 통해 무리지어 농성장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20일 자정부터 21일 새벽 3시 현재까지 모두 900여명이 넘는 노조원들이 농성장에서 자진해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새벽 5층 농성장에서 빠져나온 노조원들을 상대로 1층에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대부분 귀가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배중이던 핵심 노조원 20여명을 연행했다. 농성장에서 이탈한 노조원들은 “지도부와 사수대가 새벽 1시를 전후해서는 노조원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면서 “지도부와 핵심 노조원 외에는 밤사이 거의 다 빠져나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중으로 지도부와 수배자 검거를 위해 경찰 병력을 농성장에 전격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농성은 농성돌입 9일만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노조는 20일 저녁 8시께 자진해산 방침을 정하고 본사 건물 5층에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걷어낸 뒤 1700여명의 노조원이 건물 밖으로 나올 계획이었으나, △농성 노조원 안전귀가 보장 및 사법처리 최소화 △교섭 완료 때까지 노조 지도부 18명에 대한 체포 유보 △민·형사상 손해배상 소송 자제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진해산을 유보한 채 경찰과 대치에 들어갔다. 노조는 애초 경찰과 협상을 통해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진해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경찰이 대규모 경력을 본사 안에 투입하고 밖으로 나오는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신분 확인작업을 벌이자 자진해산을 철회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이런 와중에 이날 밤 11시30분부터 노조원 100여명이 건물의 배관이나 환풍구 등을 이용해 농성 현장인 5층에서 4층으로 빠져나오면서 현장 이탈 조짐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는 21일 오전 회견을 통해 농성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방침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자진해산을 유도했으나, 건설노조 지원집회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불법점거로 말미암은 국가적 손실과 시민의 피해를 좌시할 수 없어 강제진압 계획을 곧 단행키로 했다”며 사실상 강제진압을 최후통첩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1일상황점검회의 브리핑을 통해 “노조가 노사협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의 본사 건물을 폭력적 방식으로 점거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기업경영을 해치는 중대한 일”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혀 강제진압 방침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이미 강제해산을 위한 도상훈련을 마쳤으며, 특공대원을 실은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크레인으로 포스코 건물 옥상에 투입해 농성장에 진입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2일 포항에서 열릴 예정인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의 충돌도 의식해 조기 강제진압 방침을 정하고, 자진해산을 최대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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