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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뇌하는 로봇, 네 정체는 뭐냐

등록 2006-12-10 19:12수정 2006-12-11 20:47

고뇌하는 로봇, 네 정체는 뭐냐
고뇌하는 로봇, 네 정체는 뭐냐
2부-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⑧ 제8영역 : 과학과 생명 2.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기출문제]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를 각각 설명하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4학년도 숙명여대 논술고사)

(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는 양부모에게 버림받고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린 로봇 데이비드의 이야기입니다. “He has brown hair, he has blue eyes.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real”이라는 광고 카피가 진한 여운을 주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지능을 가지고, 사랑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이 로봇은 과연 ‘살아 있는’ 걸까요? 만약 산 것이 아니라면,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 로봇의 모든 행동은 그저 좀 잘 만들어진 컴퓨터 수준에 불과한 것일까요? 반대로 그 존재가 살아 있는 것이라면, 왜 로봇은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걸까요?

‘생명’이라는 개념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우리는 지금껏 ‘살아 있는 것=생물=귀하고 소중한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무생물=가치가 덜한 것’이라는 공식에 익숙한 편입니다. 또 인간의 생명은 가장 우선하는 가치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개념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생명’의 범위부터 다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게 진짜 살아 있는 것이고, 어떤 게 진짜 살아 있지 않은지를 구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의 주인공 구사나기는 뇌를 제외한 온몸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입니다. 그는 시간만 나면 홀로 호수로 들어갑니다. 과연 나는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인지, 몸의 다른 부분들처럼 뇌 역시 기억을 이식한 컴퓨터 칩으로 바뀌었는데 자신만 모르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기계인 내가 왜 실존과 고독의 근원을 고민하는지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말이죠.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구사나기가 겪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존의 기준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고,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거치며, 생각을 통해 후손을 남기고, 대사 활동을 하는 것들만을 생명이라고 불러 왔습니다.-이은희,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나) 복제 양 ‘돌리’에게는 세 명의 어머니가 필요했습니다. 우선 유전자상의 어머니입니다. 이 어머니의 유선 조직 세포를 떼어 내어, 그 유전자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 태어날 양의 조직 형성을 조절하도록 만듭니다. 두 번째는 수정란상의 어머니입니다. 거기에서 수정란 세포를 떼어 내어 그 각각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빨아 냅니다. 그리고 전기적 충격의 도움을 받아 핵이 빠져 버린 수정란 세포와 유선 조직의 세포를 융합시킵니다. 그러면 유전자상의 어머니의 유전 형질만이 수정란 세포에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제는 대리모인 양이 필요합니다. 자라나는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시킵니다. 그러면 통상적인 임신 기간이 지나고 난 후에 그의 유전자상의 어머니와 동일한 우리의 ‘돌리’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남성으로부터는 아무런 성분도 받을 필요가 없게 되는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제가 옳게 본 것이라면, 선생님은 남성적 몫에 대한 포기 때문에 전전긍긍하시는 겁니다. 선생님이 두려워하시는 이유는 처음에는 양에게서, 그리고 다음에는 돼지에게서, 그리고 마침내 원숭이에게서 성과를 거두게 될, 아버지가 전혀 필요 없는 유전자 조작이 조만간에 인간에게도, 더 좁혀서 말하자면 여성들에게 적용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도처에서 사람들은 희망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지고서 상상에 그치지는 않을 집짓기 방식이 확장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략)

선생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학문적으로 뒷받침된 생명 윤리학입니다. 생명 윤리학이 시대에 뒤떨어진 도덕 관념보다 효과적이 되려면, 먼저 광범위하게 퍼진 불안감의 확산을 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날에 옛 방식대로 생겨난 인간 세대와 나란히 성장하게 될 복제 인간 세대에 새로운 사회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권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폰데어브뤼게가 귄터 그라스에게 보낸 편지, 귄터 그라스의 <나의 세기> 중에서

[논제 파악]

이 문제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를 각각 설명하는 것과,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 그것이야. 따라서 이러한 요구 사항과 관련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일관되게 해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해.

제시문 (가)는 ‘인간의 생명’ 개념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우리는 지금껏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고,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거치며, 생식을 통해 후손을 남기고, 대사 활동을 하는 것들을 생명이라고 불러 왔어. 그런데 저자는 젊은 층에게 친숙한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이나 ‘뇌를 제외한 온몸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와 같은 가상적 대상에 대해 갖게 된 의문을 바탕으로 생명체에 부여하는 가치를 새로운 형태의 존재에 대하여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제시문 (나)에서 유전학 교수인 폰데어브뤼게는 아버지 없는 시대의 도래를 우려하는 귄터 그라스에게 학문의 발전은 멈출 수 없다면서, 복제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태어난 인간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이에 따라 생명 윤리학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 다시 말해, 생명 윤리가 시대에 뒤떨어진 도덕 관념으로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복제 인간 세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권위를 갖추어야 한다는 거야.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이 논술에서는 첫 번째로 두 글에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개념의 확장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을 인지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 제시문 (가)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생물까지도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의 한 형태로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하지. 제시문 (나)에 대한 설명에서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방법이 결국 인간에게도 적용됨으로써 나타나는 생명 윤리의 문제가 논의되어야 하고.

이러한 제시문 분석을 바탕으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논술하면 돼. 이 때 ‘인간의 생명’의 범위와 전통적 생명 윤리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그리고 절충적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개진하면서 논의를 이끌어 나가면 돼.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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