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결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불안 줄인다’
학습 클리닉 /
지난 호에서 시험불안을 겪고 있는 선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시험불안을 심하게 경험하고 있는 선미에게 우선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누구나 시험 볼 때는 불안한 것’이므로 불안한 감정을 누르거나 피하거나 어찌해보려 하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크면 힘드니까, 불안을 마주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불안과는 공존할 수 없는, ‘마음 편하고 좋았던 장면’을 떠올려 보는 연습을 제안하였다.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시험불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 차례다. 나는 선미에게 최근에 본 시험 중 ‘불안’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하는 시험지를 가져오도록 하였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보면서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왜 이 문제를 틀렸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물론 시험지를 보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당시 경험했던 ‘불안’의 경험이 너무나 뚜렷하고 강했기 때문에 좀처럼 다른 이유들을 선미가 찾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문제를 앞에 두고 다시 풀어보면서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다른 이유들도 찾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틀린 문제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어떤 문제는 잘 풀다가 계산을 실수해서 답이 틀리기도 하였고, 또 어떤 문제는 익숙하지 않은 문제 유형이어서 틀리기도 하고. 선미도 이런 이유들을 전부 싸잡아 ‘불안’ 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불안’의 힘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불안’은 실제로 문제 푸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문제 푸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가져가 버린다. 그러니 가능한 한 ‘불안’한 상태보다는 ‘이완’된 상태로 시험을 보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그런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불안’을 감수하며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 선미의 경우는 ‘불안’을 지나치게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또 지나치게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너무나 절대적인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공부할 의욕마저 떨어졌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공부 시간도 줄어들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불안’ 이외에도 시험을 망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이유들을 많이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떤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유’를 찾아보게 된다. ‘이유’를 찾아보는 것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다시 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불안’이 시험을 망친 절대적인 이유라는 발견은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불안’은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남겨두자. 그리고 다음 시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다른 이유들에게로 더 관심을 기울여 보자.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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