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클리닉 /
“고등학생이 되니까 그 전에는 쉬웠던 과목들도 어려워졌어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진숙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수학이나 영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과목들도 어려워 도무지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그럴수록 진숙이는 더 꼼꼼하게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쏟아보지만 성적은 별 차이가 없다.
진숙이가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구체적으로 찾아보기 위해 평상시에 공부하는 것처럼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조금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읽고 줄을 치고 하면서 공부를 해 나간다. 별로 어려워하는 것 같진 않은데…. 이럴 땐 물어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읽은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그렇게 어렵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새로운 내용을 공부할 때 힘들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누구나 새로운 내용을 공부할 때 경험하는 ‘낯섬’과 ‘생소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내용을 선택해 공부해보도록 했다. 아까보다 공부하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특히 잘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쉽게 그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몇 차례고 반복해 읽곤 했다. 그 뒷부분을 읽으면서도 여전히 그냥 넘어간 내용이 걸리는 것 같았다.
모르는 내용이 나왔을 때 여러 차례 반복하며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는 좋다. 문제는 방법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은 중학교 때나 초등학교 때와 견줘 상당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탈 때는 차례차례’라고 표현할 수 있는 말도, 학년이 올라가면 ‘질서 지키기’라고 표현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윤리’ 혹은 ‘양심’ 등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추상적인 단어일수록 그 낱말의 뜻을 아는 것만으로는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숨은 의미를 알아야 한다. 단순한 ‘반복’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숙이에게 권장하고 싶은 방법은 문맥 안에서 그 개념이 파악될 수 있도록, 대강이라도 여러 차례 주변의 내용을 읽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똑같이 다섯 차례를 읽는다 하더라도 그 단어만 다섯 차례 읽는 것보다, 문맥 속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눈여겨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게 해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면, 이전 학년의 교과서를 활용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더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그 주변의 내용을 살펴보라. 노란 무늬가 검은 색 바탕에서는 눈에 확 들어오지만 흰색 바탕에서는 잘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때로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낯선 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신을진/한국싸이버대 교수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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