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진/한국싸이버대 교수
학습 클리닉 /
고등학생 경수에게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나 기말고사 시험기간은 정말 힘겨운 시간이다. 보통 때도 학교와 학원을 오고 가면서 늘 쫓기는데 여기에 시험공부를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와 달리 시험 범위가 많고 내용도 어려워, 마음먹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진도가 잘 안나간다는 것이다. 과목들 중 학원에서 배우지 않고 혼자 공부해야 하는 과목들은 더 막막함을 느낀다고 한다.
경수의 압박감과 막막함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에빙하우스라는 학자의 망각곡선을 살펴보면 공부한 뒤 한 달이 지나고 난 다음에도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은 겨우 20퍼센트 정도. 그러니 경수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책을 편 순간 이미 낯설어진, 심지어 새롭기까지 한 내용과 마주 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예쁜 여학생의 얼굴이라면 몇 달이 지나도 기억에 또렷히 남겠지만 말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공부한 내용은 배운 직후부터 급격하게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 시간이 지나면 절반 정도만 남고, 하루가 지나면 30퍼센트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한 달이 지났을 때 20퍼센트가 남는다고 했으니 대부분의 망각은 배우고 난 직후 급격히 진행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복습을 해주면 망각의 속도는 훨씬 느려진다.
복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야 모르는 학생이 없을 것이다. 경수도 복습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복습을 하기엔 시간도 너무 없고 지겹기도 하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예습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라도 있는데, 복습은 이미 공부한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이니 재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할 일이 쌓여 있는데.
내가 경수에게 제안한 복습 방법은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은 아니다. 아마 5분 정도만 더 투자를 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필기한 내용을 한 번 ‘눈 맞춤’ 해주자는 것이다. 혼자 공부를 할 때도 1과 공부하고 2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1과에서 어떤 내용을 공부했는지 넘겨보면서 한 번 ‘눈 맞춤’을 해주자는 것이다. 50쪽을 공부한 경우라도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망각의 특성상 공부한 직후 투자한 5분은, 한 달 뒤 50분을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나중에 시간을 많이 들여 복습하는 것보다, 공부한 직후에(혹은 수업을 들은 직후에) 가볍게라도 복습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습관이 길러진다면 적어도 시험을 앞두고 책을 펼쳐들었을 때의 생소하고도 낯선 느낌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이쯤 되면 한번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
복습은 양치질과 같다. 음식을 먹은 직후 바로 양치질을 하지 않고, 모아두었다 한 달 이후에 한꺼번에 양치질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복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인 것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복습은 양치질과 같다. 음식을 먹은 직후 바로 양치질을 하지 않고, 모아두었다 한 달 이후에 한꺼번에 양치질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복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인 것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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