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클리닉 /
영준이는 몇 차례 상담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이 제법 늘었다.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습관도 상당히 많이 고쳐졌다. 방과 후에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집으로 오는 생활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어서, 이따금 영준이는 충동적으로 피시방을 찾기도 하였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정도였으므로 이전과 비교하면 애교로 봐 주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더 영준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영준이가 피시방에 가는 것과 그 날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행평가 감점을 받았거나, 선생님에게 심하게 면박을 받은 날 등등. 피시방을 일주일에 한두 차례 가는 것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다룰 필요가 있었다. 공부라는 길고 지루한 싸움, 무수하게 많은 방해 요소를 이겨내려면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먼저 영준이가 스트레스 받았던 상황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였다.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면 말로든 글로든 이렇게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영준이의 말에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하필 공부 안 한 데서 물어 보셨구나’, ‘다른 애들이 다 보는 데서 야단을 그렇게 치시다니….’ 일단 스트레스 받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결책도 찾아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끄집어낸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어 볼 차례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대처 전략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냥 잊어 버리려 한다, 꾸욱 참는다’와 같이 무작정 억누르는 방법, △‘먹는 것으로 푼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면서 잊어 버리려 한다’와 같이 간접적으로 푸는 방법, △마지막으로 ‘일기나 해결책을 적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친구나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 본다’와 같은 적극적인 해결 방법 등이다. 마지막 유형이 가장 바람직한 대처 방법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영준이는 지금까지 무작정 참거나 간접적으로 푸는 방법을 주로 써 왔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도 어느 순간 잊혀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소진 이론 등에서는 오히려 그런 대처전략은 에너지를 더욱 소진시켜 평상시 잘 극복했던 방해물들도 극복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물론 적극적인 대처 방법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스트레스 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다루어 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귀찮은 생각이 들어 지금의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활활 타는 불을 보자기로 가리려는 것과 같다. 스트레스! 어차피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일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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