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15. 정리를 해야 기억에 오래 남고 나중에 꺼내 쓰기 쉽다(요약하기)
16. 숨겨진 비밀 코드를 찾아라(의미추론하기)
17. 주제 찾기 비결이 뭐야?(주제찾기) “아기 탯줄이 안 잘라져. 가위로 잘라도 안 되고 낫으로 잘라도 안 되고 작두로 잘라도 안 돼. 별짓을 다 해도 안 되더니 산에 가서 억새풀을 베어다 그걸로 탯줄을 치니까 그제야 잘라지더래.”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아기장수 우투리’ 내용 일부다. 이야기 끝에 우투리가 숨어 있던 바위를 칠 때도 임금이 아무리 칼로 내리쳐도 열리지 않던 것이 억새풀로 치자 비로소 바위가 열리는 장면이 나온다. 왜 억새풀일까? 억새풀이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 물론 명쾌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 의미를 추론해 볼 수는 있다. 가위, 낫, 작두는 쇠로 만든 것이지만 억새풀은 자연물이다. 억새풀은 산이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아주 질긴 풀로 지붕을 이거나 담장을 만드는 데 쓰인다. 억새풀은 세상의 고초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투리가 평범한 백성 가운데서 등장한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억새풀은 민초, 즉 백성을 의미한다고 추론해 볼 수 있겠다. 칼로는 되지 않던 것이 억새풀로는 되었다는 것은, 곧 칼로 상징되는 권력자보다 억새풀과 같은 백성이 더 질기고 강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백성들은 우투리가 권력자의 손에 죽임을 당하지만, 언젠가는 억새풀처럼 다시 살아나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읽기는 결국 의미찾기 게임이다. 숨바꼭질이다. 그냥 대충 스치듯이 읽으면 책이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을 눈앞에 두고도 지나치는 일과 같다. 맛있는 음식을 씹지 않고 꿀꺽 삼켜 버리는 것이다.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있다. 낱말이나 문장, 문단에 담긴 숨은 뜻을 찾으라는 뜻이다. 의미를 찾으려면 읽어가면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눈길이 멈추는 곳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읽으며 그 뜻을 가늠해 보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글에 연결지어 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수많은 실마리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 실마리들을 모아서 결론을 내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독자가 할 일이다. 그래서 의미 찾기는 곧 독자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창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글을 읽으면서도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순전히 독자의 체험과 사고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책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절반의 책임은 바로 독자에게 있다. 책을 만든 이는 작가이지만 그 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기는 것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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