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다

임선하의 ‘창의적 아이가 미래다’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임선하의 ‘창의적 아이가 미래다’ /

15. 창의적 사고의 기술 익히기- 유추능력
16. 창의적 사고의 기술 익히기-유창성
17. 창의적 사고의 기술 익히기- 융통성

유창성은 특정한 문제 상황에서 질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능력을 가리킨다.

개그 코너에서 인기를 끄는 개그맨을 생각해보자. 그 또는 그녀는 진지하고 신중하게 머리를 찡그리며 사색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귀가 얼얼할 정도로 빠른 속사포 말솜씨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말을 질적인 면에서 분석하는 이는 드물다. 이들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이 가운데 어떤 말이 유행어가 될지 기다린다. 재미있는 것은 개그처럼 그저 시간 때우는 일이 아닌 심각한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도 운동처럼 긴장하면 굳어지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기록은 연습 기록이 최고인 경우가 많다.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위해 고민하게 될 경우 보통 ‘단 하나의 최고의 것’만을 생각하기 쉽다. 기준을 이렇게 잡아놓으면 여기에 조금만 미달되는 아이디어는 가차없이 없애버리게 된다. 이때 사라지는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은데, 어떤 것은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인데도 버려지기도 한다. 고민하던 사람도 낙담하게 된다. 이는 일단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유창성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하다. 질적인 기준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많은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려면 엄격한 기준을 일부러라도 배제해야 한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면 자신의 사고 과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받음으로써 엄격한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긴장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붉은 벽돌의 쓰임새를 가능한 한 많이 말하라’는 과제를 생각해보자. 아이디어가 다양하다는 것은 여러 영역을 건너뛰면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즉, “집짓는 데, 담장 쌓는 데, 계단 만드는 데 각각 쓴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집을 짓는 데 쓰고, 가벼운 물건을 덮는 데 쓰고, 음식물을 훔쳐먹는 고양이를 쫓아내는 데 쓴다”고 하는 게 더 다양한 사고를 하는 것이다. 유창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유형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전문가들은 사고의 양적 측면이 질적 측면으로 바뀌는 ‘사고의 변증적 전환기’라고 부른다.

이제 사고의 유창성을 자극하는 활동을 해보자.

[사례 1] 특정 사물을 보면서 그 사물과 관련된 것을 자유롭게 떠올린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다. 이런 믿음을 우리는 ‘유기적 세계관’이라 한다. 예를 들면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나의 개인적 행동과 기후는 깊은 관련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을 보면서 비와 관련된 것을 자유롭게 떠올리고, 이를 기록해본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떠올릴 것이다.

[사례 2] 대상에 대한 관점을 의도적으로 바꿔서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검은 점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생각해 본다. 겨울 산속의 말라버린 나무에 매달린 열매라고 할 수도 있고, 밤하늘의 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의 얼굴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로 보는 것은 다 맞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를 꾀하는 이들은 가끔은 진지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없이 행동하고, 아이들처럼 생각함으로써 사고의 유창성에 다다를 수 있다. 좋은 생각에 대한 욕심이 너무 강해 결국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맨 처음에 낸 아이디어가 최고의 아이디어인 경우는 드물다. 좀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질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임선하 현대창의성연구소장 www.crem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