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39. 생활 체험을 살려 쓰기
40. 상상력과 이야기 덧붙이기
41. 말하기의 유형과 태도 ※ 다음 글은 김유정 단편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작품의 화자가 10년 후 서울에서 다시 점순이를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덧붙인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떠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터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중략)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말아.”, “그래.” (이하 생략) -김유정, ‘동백꽃’ ① 배경이 산골 마을에서 서울로 바뀌게 된 과정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② 나의 소극적인 성격과 점순이의 적극적인 성격이 10년 후에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소작인의 아들이 마름의 딸을 사랑하는 일은 매우 험난한 일임을 극적으로 드러내도록 한다. ④ 어렸을 때의 순수한 감정이 10년 후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유념하며 글을 쓴다. ⑤ 10년 후 어떻게 점순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쓴다. 이야기를 이루는 중심 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을 말하는데, 각각의 인물마다 독특한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 이야기를 덧붙일 때에는 인물의 성격을 고려해야 하며, 성격을 바꾸어 제시한다면 독자가 성격 변화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필연성과 배경의 사실성도 독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③은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좋은 내용이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이 바뀐 상태에서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이라는 신분상의 문제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이야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아래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고향 친구나 부모님한테서 전화가 오면 나는 내 말을 쓴다. 그러다 옆에 있는 서울 친구가 말을 걸면 나는 또 다른 나의 말을 쓴다. 그러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지만, 서울말을 쓰는 것이 대세이고, 또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서울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갑작스레 돌변한 내 말투가 들통 날까 몰래 고향 사람들 전화를 받고, 반대로 고향 사람들과 있을 때는 역시 몰래 서울 친구들 전화를 받는다. -손기은, ‘말투 때문에 생긴 일’ <월간 작은 책> 2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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