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 ⑨ 초등 돌봄 전담사
8, 6, 5, 4시간 그리고 초단시간
같은 돌봄교실에 다른 고용 형태
“학교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요?
소통을 못 하는 것, 외부 사람이니까”
8, 6, 5, 4시간 그리고 초단시간
같은 돌봄교실에 다른 고용 형태
“학교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요?
소통을 못 하는 것, 외부 사람이니까”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학교는 단지 학습하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고, 여러 예술·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하고 혹시 마음이 다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모두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지만 교사가 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학교는 이들을 강사로, 돌봄전담사로, 상담사로, 영양사로, 조리원으로 다루고 세상은 이들을 ‘아줌마’로 부르기도 한다.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보람과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받는 차별 사이에 이들의 삶이 놓여 있다.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의 실제와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주려 현장 취재 내용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했다. <한겨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기획으로 이철 작가가 본 학교 현장을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0회에 걸쳐 싣는다.
롤러코스터 돌봄정책, 맨끝자리의 멀미
돌봄교실에서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아이들과 야외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규모만 키워 학부모 마음 얻기 바쁜 돌봄정책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질을 높일지…
그러니 초단시간 같은 질낮은 일자리 늘리겠죠” “처음에는 보육 교실이라고 불렀어요. 방과후 학교라는 큰 틀이 있고, 그 안에 보육 교실이랑 특기 적성 교육이 있는 거였죠. 지금도 이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초등 돌봄 교실이 크게 주목을 받으니까 돌봄 교실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형식상으로는 정규 교과 수업 이후 활동의 한 분야예요. 지금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부서가 예산을 관리해요.” 초등학교 내에서 저학년을 중심으로 한 방과후 돌봄 서비스가 시작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1980년대부터 이때까지 아동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지역아동센터 등을 중심으로 체계화를 이룬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학교 시설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정부 주도로 시행된다. 처음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사업이었다. ‘방과후 아동보육 사업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초등학교 내에 보육 시설을 설치하자는 게 골자였다. 보건복지부가 1996년 서울에 있는 상암초등학교와 안산초등학교에 아동돌봄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이후 ‘초등 돌봄 교실’은 방과후돌봄서비스, 방과후보육, 방과후교실, 초등 에듀케어, 초등보육서비스, 종일돌봄교실, 종일 초등 보육 프로그램 등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주관 부서가 바뀌게 된 때는 2004년이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이 시행된 때다. 이때 사교육비를 줄일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된 사업이 ‘방과후학교’였다. 방과후 학교는 크게 특기 적성 프로그램, 교과보충학습 프로그램, 보육 교실로 구성돼 있는 체계였다. 아이들이 방과 후 여러 군데 학원을 돌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에, 학교에서 특기와 적성에 맞는 교육도 받고, 교과 공부도 도움 받으면서, 때론 보육 교실에서 쉴 수도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 방과후 아동 보호 등 다양한 목적을 담은 사업이었다. 2010년부터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 사업의 성격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이해에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저녁 10시까지 늘려 ‘종일돌봄교실’을 운영한다. 2011년에는 이것을 아침 시간까지 확대해서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아침 6시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아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교육부는 초등 돌봄 교실을 전면적으로 정비한다. 오후 돌봄과 저녁돌봄을 운영 형태의 기본으로 삼은 게 주요 내용이었다. 2015년에는 돌봄 대상을 초등학교 3~4학년까지 확대하여 ‘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을 신설한다. 한두 시간 짧게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프로그램이었다.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쿠키클레이.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일도 돌봄 전담사 몫이다.
돌봄교실 간식시간.
국가책임이라는 돌봄, 외주해도 될까 돌봄서비스 22년째지만 제대로 된 법규정 없어
‘교육 아닌 보육’ 의견에 때마다 외주화 논란
불안불안한 돌봄 ‘선생님’이 지키는 돌봄현장 지난 4월 정부는 초등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상 보육을 실시하고 있는 만 5세까지의 영유아와 달리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은 공백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책이었다. 특히 초등 돌봄 공백은 여성 경력 단절의 주원인으로 꼽히곤 했다. 정부는 학교와 지자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늦은 저녁까지 초등 돌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 어린이집, 여성가족부가 관할하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등과 학교를 연계해 빈틈없는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온종일 돌봄 체계’의 목표는 올해부터 5년간 돌봄 가능 학생수를 20만명 늘리는 것이다. 현재 돌봄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학생 규모는 초등 돌봄 교실 24만명, 지자체 마을 돌봄 9만명 수준이다. 현재 총 33만명 수준의 돌봄 규모를 53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초등 돌봄 교실의 경우 매해 1만4000명씩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5년간 7만명을 늘려 총 31만명 수준의 돌봄 규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만든 작품.
공문부터 외부강사 채용까지 일은 ‘개미지옥’ 대부분 돌봄전담사가 교실 관련 행정 도맡아
‘최우선 국정과제’ 주목도 높아 공문량 상당
방학 땐 돌봄교실 ‘급식’도 전담사가 총괄
이런 일을 할 별도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경란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해왔다. 8시간 근무에 방중에도 근무하는 상시 근무자였다. 서울의 초등학교는 평균적으로 서너 개의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많은 경우 여섯 개 반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8시간 근무의 전일제 돌봄 전담사와 4시간 근무의 시간제 돌봄 전담사로 직종을 나눠 초등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은 맞벌이 부부 비율이 높은 만큼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그런 탓에 전일제 돌봄 전담사의 출퇴근 시각은 학교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 오후에 출근해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4시간 근무를 하는 시간제 돌봄 전담사는 아이들이 많은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아이 대부분이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면 여러 반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 전일제 전담사가 맡고 시간제 돌봄 전담사는 퇴근하는 식이다. “저희가 활동 계획을 세워요. 그리고 관리자에게 결재를 받죠. 서울은 활동 계획뿐 아니라 돌봄 교실 운영에 필요한 모든 걸 도맡아 해요. 이건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서울은 대부분 돌봄 전담사가 돌봄 교실과 관련한 행정을 모두 맡아요.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공문 처리부터 돌봄 교실에 오는 외부 강사 채용까지 다 하는 거예요. 방학 때는 돌봄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럼 업체 선정도 해야 하는 거예요. 업체에 직접 가서 위생 상태도 보고요.” 돌봄 교실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등 주목도가 높은 교육 정책이라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돌봄 전담사에겐 행정 업무를 처리할 별도의 시간이 주어지질 않는다.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란씨는 돌봄 전담사가 처리하는 행정 업무가 상당한 만큼 학교에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을 공식적으로 확보해주길 바란다. 서울 외 지역에선 돌봄 교실을 책임지는 부장 교사나 담당 교사가 관련 행정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사는 돌봄 교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교실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학교보다는 지역이 담당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러 있는 게 아이를 위해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학교 밖에서 협동조합 형식으로 학부모들이 주체가 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사례 등 마을공동체가 초등 돌봄을 꾸려가는 좋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사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안에 있을 때 가장 통합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고, 반대로 담임선생님이 저희와 상담할 수도 있고. 학교니까 가능한 거예요. 돌봄 교실을 보육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건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예요. 그리고 그렇게 말할 때 보육은 아이를 그냥 데리고만 있는 걸 말하는 거구요. 저는 날씨만 허락하면 매일 한 시간 씩 아이들을 바깥에서 놀게 해요. 전국 돌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모두 애를 쓰고 있으실 거예요. 정부에서 돌봄 교실에 책정한 예산이 얼만 줄 아세요? 그 예산으로 만족도 1순위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는 우리 돌봄 전담사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으로 운동강사를 초빙해 탁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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