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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부모 ‘만족도 1위’ 그 교실에 있네, 파리목숨 선생님

등록 2018-06-08 14:07수정 2018-06-08 14:21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 ⑨ 초등 돌봄 전담사
8, 6, 5, 4시간 그리고 초단시간
같은 돌봄교실에 다른 고용 형태
“학교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요?
소통을 못 하는 것, 외부 사람이니까”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학교는 단지 학습하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고, 여러 예술·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하고 혹시 마음이 다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모두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지만 교사가 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학교는 이들을 강사로, 돌봄전담사로, 상담사로, 영양사로, 조리원으로 다루고 세상은 이들을 ‘아줌마’로 부르기도 한다.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보람과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받는 차별 사이에 이들의 삶이 놓여 있다.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의 실제와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주려 현장 취재 내용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했다. <한겨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기획으로 이철 작가가 본 학교 현장을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0회에 걸쳐 싣는다.

“선생님, 선생님, 오늘 보드게임하는 날 맞죠?”

헐레벌떡 돌봄 교실로 뛰어 들어온 아이가 기대에 찬 눈으로 묻는다. 기정애씨는 신발부터 정리하라고 아이를 타이른다. 사물함에 책가방을 넣던 아이가 흘깃 정애씨의 책상을 살핀다. 책상에 알록달록한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폭탄 모양의 캐릭터가 그려진 상자다.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은 짓궂은 표정이다. “우와 폭탄이다!” 아이가 보드게임을 찾았다. 돌봄 교실에 파장이 인다. “폭탄?” 되묻는 아이가 있다. “폭탄이다!” 따라 외치는 아이가 있고, “폭탄! 폭탄! 폭탄!” 박자를 맞추며 몸을 흔드는 아이가 있다.

“금요일은 5교시를 하는 날이라 여유가 좀 있는 편이에요. 1시40분에 아이들이 오거든요. 오늘은 출근해서 제 출근부랑 애들 출석부를 다시 만들었어요. 보통은 출근하면 그날 계획한 활동부터 점검하고, 활동에 필요한 재료 준비하고 그래요.”

정애씨는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다. 학교에서 일한 지 올해로 12년째다. 4교시인 날은 12시50분부터 아이들을 돌본다. 12시가 출근 시간이니 50분 동안 그날 진행할 활동을 점검한다. 시간이 남는다면 다음날 진행할 활동을 준비한다. 종이접기, 클레이, 그리기, 꾸미기, 펄러비즈, 보드게임 등 요일별로 다른 활동을 계획한다. 머리로만 구상해서는 안 된다. 직접 만들어보거나 실행해보면서 진행 과정을 하나하나 판단해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어려워할 만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정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돌봄 교실에 들어서면 정애씨는 출석을 확인한다. 방과후 수업을 신청한 아이가 있다면 해당 교실로 보낸다. 돌봄 교실에 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찾아 나서야 한다. 교실에 남아 있는지, 복도를 돌아다니는지 확인한다. 학교 건너편 문방구까지 찾아갈 때도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는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물건이 가득 차 있다. 출석 확인을 마치면 그날 준비한 활동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두 번 외부에서 강사가 오셔서 책놀이와 전래놀이 수업을 하세요. 4교시인 날은 애들이 돌봄에 오래 있어야 하니까 제가 준비한 활동과 외부 강사가 준비한 활동, 이렇게 두 가지를 진행하는 거죠.”

정애씨는 아이들이 돌봄 교실에 있는 동안 즐거우면 좋겠다. 돌봄 교실 한 반에 20여 명. 또래라 모두가 비슷해 보여도 성향과 흥밋거리는 제각각이다. 이런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서 돌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뭐 해요?’ 아이가 묻거나, ‘오늘 재밌었어요’ 말해주면, 정애씨는 하루 고단함을 씻는다. 종이접기 지도사범, 영재미술지도사, 아동미술공예교육전문가, 책놀이지도사, 한자지도사, 통합논술지도사,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글쓰기독서지도사 등 정애씨가 취득한 자격증은 20종이 넘는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 활동을 찾다보니 얻은 것들이다. 아이를 돌본다는 건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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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돌봄정책, 맨끝자리의 멀미

돌봄교실에서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돌봄교실에서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아이들과 야외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아이들과 야외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돌봄전담사.

초중고 학부모가 꼽은 ‘가장 잘하는 교육정책’
규모만 키워 학부모 마음 얻기 바쁜 돌봄정책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질을 높일지…
그러니 초단시간 같은 질낮은 일자리 늘리겠죠”

“처음에는 보육 교실이라고 불렀어요. 방과후 학교라는 큰 틀이 있고, 그 안에 보육 교실이랑 특기 적성 교육이 있는 거였죠. 지금도 이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초등 돌봄 교실이 크게 주목을 받으니까 돌봄 교실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형식상으로는 정규 교과 수업 이후 활동의 한 분야예요. 지금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부서가 예산을 관리해요.”

초등학교 내에서 저학년을 중심으로 한 방과후 돌봄 서비스가 시작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1980년대부터 이때까지 아동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지역아동센터 등을 중심으로 체계화를 이룬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학교 시설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정부 주도로 시행된다. 처음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사업이었다. ‘방과후 아동보육 사업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초등학교 내에 보육 시설을 설치하자는 게 골자였다. 보건복지부가 1996년 서울에 있는 상암초등학교와 안산초등학교에 아동돌봄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이후 ‘초등 돌봄 교실’은 방과후돌봄서비스, 방과후보육, 방과후교실, 초등 에듀케어, 초등보육서비스, 종일돌봄교실, 종일 초등 보육 프로그램 등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주관 부서가 바뀌게 된 때는 2004년이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이 시행된 때다. 이때 사교육비를 줄일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된 사업이 ‘방과후학교’였다. 방과후 학교는 크게 특기 적성 프로그램, 교과보충학습 프로그램, 보육 교실로 구성돼 있는 체계였다. 아이들이 방과 후 여러 군데 학원을 돌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에, 학교에서 특기와 적성에 맞는 교육도 받고, 교과 공부도 도움 받으면서, 때론 보육 교실에서 쉴 수도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 방과후 아동 보호 등 다양한 목적을 담은 사업이었다.

2010년부터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 사업의 성격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이해에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저녁 10시까지 늘려 ‘종일돌봄교실’을 운영한다. 2011년에는 이것을 아침 시간까지 확대해서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아침 6시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아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교육부는 초등 돌봄 교실을 전면적으로 정비한다. 오후 돌봄과 저녁돌봄을 운영 형태의 기본으로 삼은 게 주요 내용이었다. 2015년에는 돌봄 대상을 초등학교 3~4학년까지 확대하여 ‘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을 신설한다. 한두 시간 짧게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프로그램이었다.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쿠키클레이.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일도 돌봄 전담사 몫이다.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쿠키클레이.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일도 돌봄 전담사 몫이다.
돌봄교실 간식시간.
돌봄교실 간식시간.
“지금도 초단시간 근무자는 학교장 계약이에요. 지역이랑 학교에 따라 어떤 데는 교육감 직고용이고 어떤 데는 위탁인 데도 있어요. 근무 시간도 지역마다 다 달라요. 8시간, 6시간, 5시간, 4시간, 또 초단시간 이렇게. 방중 근무하는 데도 있고 방중 근무가 없는 경우도 있고.”

정애씨는 충남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이다. 하루에 5시간을 근무하고, 방중에는 근무가 없다. 정애씨가 일을 시작했던 때는 천안시가 관리하던 사업이었다. ‘방과후 아동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취업해 ‘방과후보육강사’로 불렸다. 이후 교육부로 사업이 넘어간 뒤에는 ‘보육교사’로 불리다가 얼마 뒤엔 다시 ‘보육강사’로 불렸다. 2015년에 교육감 직고용이 되면서부터 ‘돌봄 전담사’가 정식 명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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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책임이라는 돌봄, 외주해도 될까

돌봄서비스 22년째지만 제대로 된 법규정 없어
‘교육 아닌 보육’ 의견에 때마다 외주화 논란
불안불안한 돌봄 ‘선생님’이 지키는 돌봄현장

지난 4월 정부는 초등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상 보육을 실시하고 있는 만 5세까지의 영유아와 달리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은 공백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책이었다. 특히 초등 돌봄 공백은 여성 경력 단절의 주원인으로 꼽히곤 했다. 정부는 학교와 지자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늦은 저녁까지 초등 돌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 어린이집, 여성가족부가 관할하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등과 학교를 연계해 빈틈없는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온종일 돌봄 체계’의 목표는 올해부터 5년간 돌봄 가능 학생수를 20만명 늘리는 것이다. 현재 돌봄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학생 규모는 초등 돌봄 교실 24만명, 지자체 마을 돌봄 9만명 수준이다. 현재 총 33만명 수준의 돌봄 규모를 53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초등 돌봄 교실의 경우 매해 1만4000명씩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5년간 7만명을 늘려 총 31만명 수준의 돌봄 규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만든 작품.
아이들이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만든 작품.
“지금까지 초등 돌봄 정책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해왔어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돼 왔어요. 하지만 규모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돼 있고, 어떻게 질을 높일 것인지 고민이 없었어요. 그러니 저 같은 돌봄 전담사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지,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일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초단시간 근무 같은 안 좋은 일자리만 늘리는 거예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여론 조사에서 초중고 학부모는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는 교육정책’으로 초등 돌봄 교실을 꼽았다. 2016년에 2순위, 2015년에는 1순위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선 초등 돌봄 교실에 대한 만족도가 96%였다. 하지만 초등 돌봄 교실은 때마다 외주화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적 성격보다 보육의 성격을 앞세워 운영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가 개입됐다. 이번 정부의 초등 돌봄 정책에도 3만명 정도의 규모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가 사업 모델을 세우고 운영 주체를 확정한 뒤 학교 교실 공간을 빌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법규정이 없어요. 처음에 대통령령으로 시작했어요. 노무현 대통령 때. 지금까지도 그 틀에서 운영 중이에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번 있었어요. 그런데 핵심적인 내용 중에 외주화, 위탁이 항상 포함되는 거예요. 충남은 외주화 문제가 심각했어요. 반쯤 외주화됐다가 3년 전부터 다시 직고용으로 넘어오고 있어요. 외주화가 되면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외부 사람이에요. 학교장도 이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행사가 있어도 보질 않아요. 저도 직고용이 되면서 교장 선생님이 이제 우리 학교 사람이니까 회식에 와라 그랬거든요. 한 학교에서 똑같은 돌봄교실을 맡고 있는데 한 명은 외주, 한 명은 직고용이에요, 그럼 직고용 선생님만 불러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그런 상태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에요. 학교가 이 사람하고 소통을 하면 불법파견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업무 배제. 소통을 못하게 만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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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부터 외부강사 채용까지 일은 ‘개미지옥’

대부분 돌봄전담사가 교실 관련 행정 도맡아
‘최우선 국정과제’ 주목도 높아 공문량 상당
방학 땐 돌봄교실 ‘급식’도 전담사가 총괄
이런 일을 할 별도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경란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해왔다. 8시간 근무에 방중에도 근무하는 상시 근무자였다. 서울의 초등학교는 평균적으로 서너 개의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많은 경우 여섯 개 반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8시간 근무의 전일제 돌봄 전담사와 4시간 근무의 시간제 돌봄 전담사로 직종을 나눠 초등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은 맞벌이 부부 비율이 높은 만큼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그런 탓에 전일제 돌봄 전담사의 출퇴근 시각은 학교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 오후에 출근해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4시간 근무를 하는 시간제 돌봄 전담사는 아이들이 많은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아이 대부분이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면 여러 반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 전일제 전담사가 맡고 시간제 돌봄 전담사는 퇴근하는 식이다.

“저희가 활동 계획을 세워요. 그리고 관리자에게 결재를 받죠. 서울은 활동 계획뿐 아니라 돌봄 교실 운영에 필요한 모든 걸 도맡아 해요. 이건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서울은 대부분 돌봄 전담사가 돌봄 교실과 관련한 행정을 모두 맡아요.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공문 처리부터 돌봄 교실에 오는 외부 강사 채용까지 다 하는 거예요. 방학 때는 돌봄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럼 업체 선정도 해야 하는 거예요. 업체에 직접 가서 위생 상태도 보고요.”

돌봄 교실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등 주목도가 높은 교육 정책이라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돌봄 전담사에겐 행정 업무를 처리할 별도의 시간이 주어지질 않는다.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란씨는 돌봄 전담사가 처리하는 행정 업무가 상당한 만큼 학교에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을 공식적으로 확보해주길 바란다. 서울 외 지역에선 돌봄 교실을 책임지는 부장 교사나 담당 교사가 관련 행정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사는 돌봄 교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교실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학교보다는 지역이 담당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러 있는 게 아이를 위해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학교 밖에서 협동조합 형식으로 학부모들이 주체가 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사례 등 마을공동체가 초등 돌봄을 꾸려가는 좋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사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안에 있을 때 가장 통합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고, 반대로 담임선생님이 저희와 상담할 수도 있고. 학교니까 가능한 거예요. 돌봄 교실을 보육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건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예요. 그리고 그렇게 말할 때 보육은 아이를 그냥 데리고만 있는 걸 말하는 거구요. 저는 날씨만 허락하면 매일 한 시간 씩 아이들을 바깥에서 놀게 해요. 전국 돌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모두 애를 쓰고 있으실 거예요. 정부에서 돌봄 교실에 책정한 예산이 얼만 줄 아세요? 그 예산으로 만족도 1순위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는 우리 돌봄 전담사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으로 운동강사를 초빙해 탁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으로 운동강사를 초빙해 탁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방치되거나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을 위해 편안히 쉴 곳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로 학교 안에 돌봄 교실이 만들어진 지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초등 돌봄 교실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에서, 사교육 경감을 위한 교육 정책으로, 그리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정책으로 다뤄졌다.

“처음 왔을 때 불안해 보이는 애들이 있어요. 돌봄 교실에서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죠. 또래랑 어울리면서 마음이 풀리는 거예요. 어떨 땐 갑자기 와서 안기고는 선생님 사랑해요, 그러는 애들도 있어요. 예전에 한 애는, 2학년이었는데 학교를 안 왔어요. 근데 돌봄 교실 열릴 때쯤 와요. 간식 먹으러. 걔는 그게 한 끼였어요. 하루 종일 먹는 한 끼. 안쓰러우면서도, 마음 둘 데가 있구나 안심이 되기도 하고….”

때마다 정부는 새로운 돌봄 정책을 발표해 어린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얻었다. 하지만 돌봄 교실 현장은 예나 지금이나 처우가 불안한 돌봄 ‘선생님’들이 지키고 있다. 피곤한 아이에게 쉴 자리를 마련해주고, 세상 모든 것을 향해 치솟는 아이의 호기심에 화답해주고, 끊임없이 흥밋거리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하루하루 즐거운 놀이를 준비한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안해하는 아이의 마음을 보살핀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결국,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이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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