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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압수수색 예고’ 황당한 경찰수사

등록 2007-05-01 19:08수정 2007-05-02 02:45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승연 회장 집을 압수수색한 뒤 수사진들과 압수 물품을 들고 나오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승연 회장 집을 압수수색한 뒤 수사진들과 압수 물품을 들고 나오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승연 회장 자택 이미 만반의 준비 마쳐
CCTV·휴대폰 위치추적 등 물증 못 건져
1일 오후 2시10분께 회색 봉고차 두 대, 흰색 승용차 한 대, 형사기동대차 한 대 등 차량 넉 대가 서울 가회동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 늘어서 있던 언론사 카메라들이 일제히 이들을 찍었다. 경찰관 16명이 내렸다. 이들은 관리인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준 뒤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전격적인 압수수색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 압수수색은 하루 전날 언론을 통해 예고됐고, 이날 도착 시각까지 한화 쪽이 알고 있었다. 당연히 한화 쪽은 경찰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미 보도진을 위한 ‘포토라인’까지 설치돼 있었다. 집 경비를 맡고 있는 경비업체의 한 직원은 “한화 쪽으로부터 ‘1일 압수수색이 들어올테니 가회동 집에 경비원을 더 배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압수수색 방침에 대해) 최대한 보안 유지를 했는데 외부에 알려졌다”며 “누가 밝혔는지 수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에서 새 나가지는 않았다”며 화살을 검찰과 법원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 수사에서 보인 경찰의 허술한 모습을 돌이켜보면 이날의 ‘어리숙한’ 압수수색도 우연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경찰은 김 회장과 둘째아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범행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초기 수사가 미진했던 탓이다. 남대문경찰서가 첩보를 접수한 뒤 한 달 동안 철저한 수사를 위해 은밀히 내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범행을 입증할 휴대전화 위치 추적, 폐쇄회로 텔레비전 녹화영상 등 물증 확보 노력은 없었다.

경찰은 뒤늦게 물증 확보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설픈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폭행사건 관련자 11명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튿날에는 “통신회사가 주말에 쉬는 바람에 아직 수사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미리 위치 추적을 했더라면 지난달 29일 경찰에 출석해 범행을 부인하는 김 회장에게 ‘압박용’으로 충분한 효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

김 회장 일행이 서울 청담동과 청계산 등을 오간 흔적을 담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녹화영상 확보에도 경찰은 한발 늦었다. 기록 보관이 10~20일밖에 안 되는데 뒤늦게 이를 확보해 복원하겠다고 법석이다. 여기에 서울 북창동 ㅅ클럽의 폐쇄회로 텔레비전도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장 이야기만 믿고 조사하지 않았다. ㅅ클럽에 ‘6대의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가동된다’는 보도가 나온 뒤 경찰은 지난달 30일 다시 ㅅ클럽을 찾았지만, 가게가 문을 닫아 헛걸음만 했다.


이정훈 최원형 노현웅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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